시(詩)2017. 10. 14. 06:24

녹차

 

뜨거운 물이 우려낸

찻잎의 푸른 눈물,

나는 뜨거운 목으로

그것을 받아, 마시며

헝클어진 감각을 추스른다

촘촘해진 눈은

공기에 스민 추악을 걸러내고

상쾌해진 코는

바람에 밴 광기를 밀어낸다

내가 만지고 싶은 것은

구름처럼 허물한 살갗이 아니라

파도같이 억척한 슬픔이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연기는

승화되는 찻잎의 푸른 눈물이다

거기에 얼굴을 갖다 대면

비로소 세상의 눈물이 보인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꼽  (1) 2017.11.02
욕망  (1) 2017.10.14
어떤 날  (1) 2017.06.27
나는 불을 마저 켠다  (1) 2017.03.31
새의 심장  (1) 2017.03.05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