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7. 11. 2. 16:48

배꼽

 

우리는 서로의 배꼽을 어루만진다

연결되고 싶어서

머리를 쓰다듬는 일은 식상하기도 하고

철 지난 과일같이 텁텁하다

어제는 시장에 갔었다

배부른 물고기를 보고

그만 창자를 만질 뻔했다

아가미가 덜컹거리지 않았다면

나의 손가락은

물고기의 배꼽을 관통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고

너는 거기에 있어서

우리들의 사이는 절벽처럼 깊다

눈빛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존재의 정보는

배꼽에 손이 닿을 때만 전송되는

위험한 세상이다

우리는 서로의 배꼽을 어루만진다

연결되고 싶어서

그 간절함에 비하면

위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의 배꼽을 어루만지며

태초의 태반으로 돌아가

분리되지 않은

완전한 사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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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