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3'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0.03 희락당과 사현 2
풍경과 이야기2015. 10. 3. 03:23

희락당(喜樂堂)과 사현(四賢)

 

나는 두 개의 호()를 쓴다. 희락당(喜樂堂)과 사현(四賢)이 그것이다.

 

희락당은 원래 우리 아버지의 호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내가 그 호를 이어 쓰겠다고 집안 어른들에게 말씀 드리고 그 호를 내 것으로 삼았다.

 

희락당이라는 호는 외할아버지 오지섭 목사님께서 아버지에게 지어주신 호인데, 마태복음 59절의 말씀에서 왔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희락당의 뜻은 화평케 하는 자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이 호의 뜻대로 화평케 하는 분이셨다. 유머가 넘치셨고, 어딜 가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하셨다.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 아버지와 함께 신앙생활 하신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를 사랑의 목회자로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 사랑의 최대 수혜자는 나였다(물론 형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 덕분에 나는 늘 마음이 따뜻했다. 그 사랑 덕분에 인생의 어려운 시기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고, 그 사랑 덕분에 나도 아버지처럼 인자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내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도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인생 길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린 나의 눈에도 선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목회에 대한 좋은 생각을 마음 속에 담을 수 있었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을 때 기꺼이 헌신할 수 있었다.

 

내가 아버지의 호 희락당을 내 호로 삼은 이유는 나도 아버지처럼 사랑의 목회자가 되기 위함이다. 아버지가 가정을 화평케 하시고, 교회를 화평케 하시고, 아버지가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모임을 화평케 하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이제 불혹과 지천명 사이의 인생 여정에 들어서니, 인간의 삶에 있어 화평(평화)’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더욱더 깨닫는다. 인간의 삶의 조건 중 화평(평화)’만큼 중요한 게 없는 듯 하다. 화평치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화평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계(인간과 인간, 하나님과 인간, 자연과 인간 사이)를 화평케 하는 일만큼 힘들지만 보람찬 일도 없는 것 같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관계를 화평케 하려면 넉넉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만든 호가 사현이다. ‘()’는 동서남북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모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서남북 모든 면에서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또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은 원래 어질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한자어를 분석해 보면 거기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자는 신하를 뜻하는 ()’자와 구하다는 뜻을 가진 ()’, 그리고 재물을 뜻하는 ()’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는 임금이 신하(인재)를 구하는 데 재물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뜻을 가진 자를 몇 가지로 풀이해서 적용하고 싶다. 우선, ‘어질다는 것은 모든 것에서 넉넉하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인격이나 지식, 지혜 등이 넉넉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고 싶다. 또한 무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유형적인 것에서도 넉넉해야겠다는 생각에, 재물도 좀 넉넉하게 많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도 쓰려 한다. , 모든 것이 넉넉한 사람이란 인격, 지식, 지혜, 그리고 재물등 인간이 어질게 살아가고 화평케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넉넉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현라는 호를 지었다.

 

인생을 살아보니, ‘화평케 하는 일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평케 하려면 인격도 성숙되어 있어야 하고, 상당한 지식도 갖추어야 하며,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꿰뚫는 지혜도 필요하고, 또한 재물도 어느 정도 필요함을 느낀다.

 

나는 인생을 복되게 살고 싶다. 덕을 쌓는 인생을 살고 싶다. 내가 가진 두 개의 호는 그러한 소망이 담겨 있다. 화평케 하는 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나의 인생을 하나님께 드릴 때,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넉넉하게 하셔서 그 소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키시고 도와주시길, 간절히 소원한다.

 

 

 

'풍경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향제와 난  (0) 2015.10.21
아들의 가족 그림  (0) 2015.10.09
후배의 죽음  (0) 2015.10.07
버섯  (0) 2015.10.01
동심처럼 예쁜 꽃  (0) 2015.09.25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