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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2. 4. 03:32

반칙 세상

 

새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은 반칙이다.

'꼬끼오' '짹짹'이든

신이 발명한 알람 소리에 화들짝 일어나야

창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햇살도 반가운 법이다.

출근하며 건물들 사이로 뻐끔 보이는 태양이 노란색인 이유는

우주의 심판이 경고장을 가슴에서 꺼내 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어느 날 태양이 빨갛게 보인다면,

기억하라,

그건 석양처럼 찬란한 생명이

우주의 그라운드에서 퇴장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보다 먼저 일어나는 이는 부지런한 게 아니라

이미 시간을 착취당하는 세상에 발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반칙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

새보다 먼저 눞고 먼저 일어나는 세상,

그 세상엔

바람보다 먼저 눞고 일어서는

풀조차 없다.

 

* 눞고는 눕고의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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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