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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오디세이 I2018. 3. 2. 17:22

용서를 택하라

(열왕기하 5:1-14)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순신 장군 때문에 훌륭한 장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성경의 이야기 중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그 이야기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한다. 특별히, 높은 지위에 있거나, 몸이 아픈 이들에게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는 많은 희망을 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아픈 현실에서 구원 받기 위해 지푸라기 한 가닥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와 동일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나아만 장군처럼 행동한다. 다름아닌, 순종이 그것이다.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체면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고통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그 방법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 또한 감사해 한다.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가 매혹적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야기는 좀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오늘 우리는 나아만 장군 이야기 속에 발견되는 평화를 이루어가는 방식에 대해서 주목해 보려고 한다.

 

나아만 장군의 나라, 아람과 이스라엘은 서로 적대관계였다. 두 나라 사이에는 평화가 없었다. 두 나라는 전쟁을 했다. 성경은 그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전에 아람 사람이 떼를 지어 나가서 이스라엘 땅에서 어린 소녀 하나를 사로잡으매”(2).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전쟁포로로 잡혀가는 일은 비극이다. 우리는 나아만 장군보다 전쟁포로로 잡혀간 어린 소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긍휼하고 정의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실제로, 나아만 장군의 아내의 몸종인 어린 소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는 엉뚱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나아만 장군을 가까이서 본 어린 소녀는 나아만 장군이 가지고 있는 삶의 아픔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다. 나아만 장군은 크고 존귀한 자였으나 치명적인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게 불치병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말 성경에서는 그가 나병을 앓았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나병이 아니라 악성 피부병이다. 만약 그가 나병을 앓았다면 분리 수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리 수용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나아만 장군의 고통을 본 어린 소녀는 장군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주인이 사마리아에 계신 선지자 앞에 계셨으면 좋겠나이다 그가 그 나병을 고치리이다”(3). 전쟁포로로 잡혀간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자기에게 고통을 가한 자에게는 저주를 퍼붓는 법이다. 그런데, ‘어린 소녀는 원망보다는 용서를 택한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 지를 보면, ‘어린 소녀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선택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린 소녀의 말을 들은 나아만 장군은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를 만나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다. 왕을 만나 적국에 가는 것을 허락 받고, 선지자에게 줄 선물로 가득 마련해, 자기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며 이스라엘의 선지자를 만나러 간다.

 

이 이야기의 중심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왕이 아람 왕의 편지를 받고 두려워하자, 사신을 보내 이스라엘의 왕을 안심시키는 엘리사의 말에서 발견된다. “그 사람을 내게로 오게 하소서 그가 이스라엘 중에 선지자가 있는 줄을 알리이다”(8).

 

선지자는 하나님의 대리인이다. 선지자가 하는 일은 하나님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 선지자는 하나님이 계신 것을 알게 하는 일을 한다. 나아만 장군이 알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존재이다.

 

나아만 장군은 아람 사람이므로 아람 신의 존재를 알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병을 고치는 일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게 된다. 병을 고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사마리아에 있는 엘리사 선지자를 찾아온 이유는 병을 고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며, 자신의 병을 고치는 일에 엘리사 선지자가 화려한 제의를 행하고, 자신에게 엄청난 일을 요청할 것을 예상하며 갔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병 고침은 싱겁기 짝이 없었다. 선지자는 나와 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병 고치는 방법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요단 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10). 얼마나 쉬운가. 

 

그런데, 하나님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 쉬운 것도 못한다. 오히려 화를 내며 돌아선다. 만약, 그에게 현명한 부하들이 없었다면, 그는 병도 고침 못 받고, 하나님을 아는 기회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마음 내키지는 않았지만, 엘리사 선지자의 말대로 요단 강에 몸을 일곱 번 씻었다. 그랬더니, 정말 그의 살이 어린아이의 살같이 회복되었다.

 

우리가 읽지는 않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일을 통해서 나아만 장군이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린 여자의 용서의 마음이 나아만 장군의 병을 고쳤을 뿐만 아니라, 그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사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는 6 23절에서 끝나는데, 이제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선지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아람은 이스라엘과 섣부르게 전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도발 계획이 매번 수포로 돌아가자, 아람 왕은 나아만 장군을 스파이로 의심하지만(명시적으로 나아만 장군을 의심했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나, 정황상 그렇다), 이제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엘리사의 존재를 아람 왕에게 알린다. 그리고, 아람 왕은 엘리사를 죽일 계략을 꾸민다.

 

자기를 죽이러 온 아람 군대를 하나님의 능력에 힘입어 사마리아성으로 유인한 엘리사는 그들을 죽이고자 한 이스라엘 왕에게 그들을 죽이지 말고 살려주라고 말한다. “치지 마소서 칼과 활로 사로잡은 자인들 어찌 치리이까 떡과 물을 그들 앞에 두어 먹고 마시게 하고 그들의 주인에게로 돌려 보내소서”(왕하 6:22).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는 아람 군대가 썼던 방법을 따르지 않고, 그들을 용서하는 것을 선택한다. 아람 군대는 포로를 자신들의 노예로 데리고 갔지만, 이스라엘은 그들을 용서하고 돌려보냈던 것이다. 그랬더니, 아람과 이스라엘 사이에 평화가 생겼다.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왕이 위하여 음식을 많이 베풀고 그들이 먹고 마시매 놓아보내니 그들이 그들의 주인에게로 돌아가니라 이로부터 아람 군사의 부대가 다시는 이스라엘 땅에 들어오지 못하니라”(왕하 6:23).

 

물론,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람 왕 벤하닷이 그의 군대를 데리고 사마리아를 치러 올라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아람 군사의 부대가 다시는 이스라엘 땅에 들어오지 못하니라는 나아만 장군과 그의 왕이 살아 있는 동안을 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선지자가 있는 줄 알고, 하나님을 아는 자가 있는 동안은 그 나라 사이에 평화가 존재했다.

 

평화는 용서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용서가 어떠한 큰 일을 이루게 될지 모른다. 아람의 전쟁포로로 잡혀간 어린 소녀는 주인인 나아만 장군을 용서하고 그에게 하나님의 선지자를 알려 주었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지만, 결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엘리사는 자기를 죽이러 왔지만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마리아성에 갇힌 아람 군사들을 용서하고 돌려보냈다.

 

어린 소녀의 용서와 엘리사의 용서는 아람과 이스라엘 사이에 평화를 가져왔다. 나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게 되었다. 우리는 이 가치를 놓치면 안 된다. 나의 작은 용서가, 또는 힘겨운 용서가 어떠한 위대한 결과를 가지고 올지 모른다. 다만,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작은 순종(용서)을 들어 쓰실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용서를 선택하라. 그것이 하나님을 알게 하는 선교요, 하나님께서 들어 쓰시는 평화의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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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