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2. 8. 25. 05:43

청출어람(靑出於藍): []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 /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學不可以已]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 학문이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중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면학을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인 '청출어람'이 나왔으며, '출람(出藍)'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된 말입니다.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

 

이건 학문의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지, 신앙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의 제자라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예수님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예수님 당시의 영지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펼쳤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적어도 예수님보다 나은 존재는 아닐지라도 예수님과 똑 같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친 흔적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 예수님이 부활의 몸을 입은 것처럼 우리도 지금 여기에서 그렇게 부활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논리이지요. 특별히 이 사상은 동양사상과 맞닿아 있기에 동양철학이나 동양신앙에 심취해 있는 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사상입니다. 일찍이 동양사상(종교)신인합일(神人合一)”에 대한 목마름이 굉장했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음서를 들여다보면 예수의 부활은 그들에게 신인합일의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굉장히 매력적인 관찰이긴 하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고 이단사설에 불과합니다. 성경은 절대로 예수님이 부활체로 거듭났던 것처럼 우리 인간이 땅에서 부활체로 거듭날 있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역사의 유일회적인 사건이지, 역사적으로 반복할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경은 예수님의 부활을 일컬어 구원사건이라고 평하는 것이고, 예수님을 일컬어 부활의 열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이것을 분명하게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활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이는 종말론적 사건입니다. 종말이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는 때를 가리킵니다. 때는 역사의 종말의 때이고 모든 만물이 새롭게 되는 때입니다. 부활이란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창조의 완성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이것을 선취 방식으로 우리(제자들)에게 보여진 것이죠. 그러므로 예수님을 안다는 ,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의 몸을 우리도 입게 거라는 믿음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구원이라고 일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는 청출어람 있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뿐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향해서 나아가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말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이루어진다면 이상 우리에게는 예수님을 믿을 이유도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할 이유도 없겠죠. 우리는 그리스도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자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구원에 이르기 위해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자들입니다. 모든 만물은 말할 없는 탄식 가운데 구원을 기다립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다림에 동참한 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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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