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의 후예에서 아담의 후예로

 

미국은 졸업의 계절이다. 졸업한 이들의 웃음이 담긴 사진이 도처에서 올라온다. 그러나 졸업한 이들의 희망찬 웃음은 사진에서만 볼 수 있다. 현실은 정말 냉혹하기만 하다.

올해인가 작년인가, 연세대학교 졸업식에 이런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다. "연대 나오면 뭐햐나, 백순데.."

 

요즘엔 아무리 높은 학위를 받아도 갈 데가 없다. 학위가 다 자기만족에 머무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자기 만족이라도 받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인 시대이다. 자기 만족도 없는 사람들은 사회의 낙오자인양 죄책감마저 드는 시대이다.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만, 그래도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는 말씀처럼 그나마 낫다( 3:17). 수고하면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인은 이런 형벌을 받는다.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4:12).

요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아담의 후예가 아니라 가인의 후예인 것 같다.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수고한 만큼 먹고 살 수 없으니 말이다.

 

땅을 아무리 갈아도 효력이 나지 않는데, 땅 가는 것 자체로 만족을 얻으며 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정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을 먹을 때 오는 만족만큼 근본적이고 더 큰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러니 자기만족만 누리다가 그렇게 그냥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 즉 일명백수로 살다가 삶을 마감할 수는 없지 않는가.

 

1994년 서태지는 <교실 이데아>라는 곡을 발표하여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 채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 건 좀 더 솔직해봐 넌 할 수 있어.”

 

서태지는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에서 가방 끈 길게 만들어 주는 데만 관심 있는 한국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서태지는 가방 끈이 길어야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신화를 깨고자 했다. 그런데 과연 깨졌는가?

 

한국 사회의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은 단순히 가방 끈을 늘려 보겠다는 관심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가방 끈이라도 늘려야 빡빡한 현실이 좀 달라질까 시도해 보는 젊은이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는 슬픈 이야기이다.

 

에덴 동산의 아담은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리 땅을 갈아도 땅이 효력을 내지 않는 가인의 후예에서 벗어나, 그래도 평생 수고하면 먹고 살 수는 있었던 아담의 후예만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의 삶의 자리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학위를 받아도 갈 데가 없고, 목사 안수를 받아도 갈 데가 없는 답답한 현실에 신음하고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 솔직히 가장 큰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현실인식능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현실에 처절하게 저항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박약하다는 것인 것같다.

- 사회체제의 불의에 대해 사자후를 토하는 젊은 마르크스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 비극적인 삶의 현실을 뚫고 지나가는초인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 사회체제가 불의한데 개개인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불의한 사회체제를 바꾸기 위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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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