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5. 4. 2. 04:52

불혹2

 

만인에 대한 나만의 투쟁

시끄러운 아우성

질풍노도의 늦은 시기

술고래가 되는 것으로도 부족한

이 허무의 바다에서

나는 다시 스무 살이 되는 꿈을 꾼다

가을 하늘만 공활한 것이 아니라

공활한 것으로 치자면

삼십역을 지나 오십역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 탄,

그것도 세월의 차장에게 떠밀려

삼등열차 칸에 겨우 발을 디딘

불 같은 혹을 주렁주렁 단 혹부리 아저씨

가랑이 사이만큼이랴

이것이 차라리 입영열차였으면 좋겠다는

부질 없는 생각보다 더 부질 없는 것은

이제 깎아낼 머리카락 조차 없다는 것

이다

이제 아저씨의 철로는

아저씨의 배가 나온 만큼 가팔라질 거에요

그러나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가파름 또한 젊은 시절만큼

일장춘몽일 테니까요

혹부리 아저씨가 탄 기차가 달려간다

악소리 나는 경적을 울려대며

담배를 뻑뻑 피워 대는 듯

희뿌연 연기를 머리에 껴 얹으며

종착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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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