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준비 노우하우

 

1.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한다. 독서를 하되 신학서적이나 신앙서적만 읽지 말고, 문학서적이나 철학서적도 병행하여 읽는다.

 

2. 다른 설교자의 설교는 가급적 듣지 않는다.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많이 들으면 자기 자신만의 독창적인 설교를 하지 못하게 되고 그들의 설교를 무의식적으로 베끼게 된다.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듣는 것보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독창적인 설교를 할 수 있게 되는 가장 큰 근본적인 밑거름이다.

 

3.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언론 기사를 주목한다. 특별히 정치나 경제, 또는 사회적 사건 사고를 챙겨 본다.

 

4. 교인들의 삶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들의 당면한 문제, 그들의 고민 등을 잘 메모해 둔다.

 

5. 성서 본문을 택할 때, 사회적 문제, 교인들의 문제에 초점을 먼저 맞추지 말고, 되도록이면 성서정과에 맞춰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 (특별히 그리스도의 사역)에 초점을 먼저 맞춘다.

 

6. 성서 본문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성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교 준비를 위한 성경 읽기가 아닌, 평소 성경을 많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성서학 분야와 조직신학 분야의 책을 평소에 많이 읽어 두어야 한다.

 

7. 선택한 성서 본문에 대한 충분한 주석을 한다. 성서 본문이 원래 말하고 싶어했던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밝혀낸다. (이것을 충분히 하지 않고 설교를 하면 다 사기치는 거다.)

 

8. 성서 본문에 대한 충분한 주석이 이루어졌다면, 그 말씀을 현재 우리의 삶의 자리로 가져 오는 작업을 한다. 이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평소에 해 놓은 독서이다.

 

9. 성서의 본문 말씀이 전해주고 있는 메시지를 공적인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일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사적인 교인들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교인들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공간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그 선을 넘으면, 설교가 아니라 잔소리가 된다.

 

10. 설교 준비는 일주일에 걸쳐서 하되, 최종 설교문 작성을 주일에서 너무 멀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주일 설교문 작성을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끝내는 것보다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끝내는 게 더 좋다. 왜냐하면, 최종 정리는 뇌 속에 말씀을 새기는 작업인데, 우리의 뇌는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교문을 뇌가 기억하고 있어야, 단순히 설교문을 읽는 설교에서 벗어나 설교문에 기초한 자유로운 설교를 할 수 있게 된다. 내 기억에 없는 것은 그만큼 영감과 감동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내 자신이 내 설교에 영감과 감동이 넘쳐야 그것이 그대로 청중에게 전달되는 법이다.

 

11. 주요 요점을 적은 메모 형식의 설교문을 작성해서 설교하면 안 된다. 설교문은 반드시 완성된 문장 형태여야 한다. 자기의 생각, 또는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전한 형태의 글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은 자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자기가 지금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12. 최종 설교문을 작성했다면, 반드시 두 세 번 읽으며, 색깔 있는 팬으로 첨삭을 해야 한다. 그렇게 첨삭한 설교 원고를 들고 강단에 서야 현장성을 살릴 수 있다.

 

13. 설교 초보자라면 준비한 설교 원고에 충실한 게 낫다. 그래야 말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설교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준비한 설교 원고에 충실하되, 때로는 그때그때의 영감에 내맡기는 것도 괜찮다. 다만 아무런 준비 없이말로 때우기식의 설교는 죄이다. 그것은 성령의 영감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14. 예배를 마친 후,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여 자기 자신의 설교를 다시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설교문 작성에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최종 설교문에 표시되어 있는 첨삭 부분을 다시 정리하여 파일에 저장한다.

 

15. 스스로 자신의 설교의 청중이 되어 자신의 설교를 들어본다. 그리고 스스로 피드백을 해 본다. 더 나아가, 배우자에게 피드백을 받아 본다. 배우자의 피드백만큼 좋은 피드백이 없다.

 

16. 설교 준비와 실제 설교의 전 과정을 통해서, 설교 작업은 생산적이어야 한다. 설교를 소비적으로 하면 남는 게 없고 영적 허탈감만 올 뿐이다. 설교 작업을 생산적으로 한다는 것은 설교 작업을 통해서성장해 가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압박감에 의해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을때우면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설교 작업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성서의 깊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실력과 영성을 기르는 실전(實戰)이어야 한다.

 

17. 믿음은 감정의 고양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이다. 그러므로 예배 때 드려지는 찬양이나 선포되는 설교는 감정을 고양시키는 선동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존재의 변화는 사건이 발생해야만 일어난다. 어떠한 사건을 겪고 나면 그 사람은 이전의 존재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바르트는 "설교는 사건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게 문제고 과제다. 과연 우리는 설교를 사건이 되게 하는가?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그러한 능력은 우리에게서 오지 않고 오직 성령께서만 일으키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그 누구보다 성령께 모든 존재를 맡길 줄 아는 깊은 영성이 필요한 것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