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1. 28. 03:36

슬픈 사랑

 

슬프도다, 법정 앞에 선 내 사랑이여!

그 눈망울에서는 분노가 뚝뚝 떨어졌고

그 입술에서는 불안이 맴돌았다.

눈망울은 흔들렸고

입술은 떨어지지 않아

몸속에 흐르던 피가 솟구쳐 올라

얌전하던 몸을 흔들어 댔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은 두 갈래로 흩어졌고

판사와 청중들에게는 우스꽝스러웠으나

한 남자의 눈에는 파문을 일으킨 돌처럼 들어와 박혔다.

그 날 이후,

한 남자의 심장은 영원히 내려 앉았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한 남자는 한 여자를

백정이 송아지의 겁먹은 눈을 사랑하듯*

사랑하게 되었다.

 

*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서 가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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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