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오디세이 II2015. 11. 11. 08:11

에스겔서의 하나님

 

에스겔이 그발 강가에서 본 환상은 매우 기괴하다. 그는 그가 본 것을 그의 인식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다. 하나님을 수행하는 네 생물의 형상이며, 그 옆에서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바퀴는 의 활동에 발맞춰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에스겔에게 하나님은 무너진 예루살렘과 성전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니시다. 만약 하나님이 그곳에 갇혀 계신 분이었다면, 하나님은 예루살렘과 성전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지고말았을 것이다. 제사장이었던 에스겔도 처음에는 하나님이 예루살렘과 성전에만 머무시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예루살렘과 성전이 무너졌을 때, 그 누구보다도 에스겔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절망이 깊을수록, 질문이 강렬해지고 응답이 간절해지는 법이다. 여호야긴과 함께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절망의 나날을 보내며 하루에도 수천 번 한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에스겔은 질문하고 또 질문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절망은 죽음의 자리이기 보다, 오히려 희망의 자리이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언제나 삶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기적 그 자체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믿음의 선조들은 바로 그 절망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에스겔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스겔은 사방으로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며 날쌔고 힘차게 움직이는 바퀴의 환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자유성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어디 한 곳에 머무시며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바람처럼 자유롭게 활동하시는 이시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형상을 가져 공간에 갇히는 물체성이 아니시다. 요한복음의 예수께서 증거하고 있듯이, 하나님의 영은 임의로 부는 바람과 같은 존재이시다.

 

에스겔서 1장에 등장하는 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의 루아흐로서, ‘바람, 정신, 의 의미를 갖고 있다. ‘루아흐는 창세기 2장의 창조설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이렇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루아흐)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2:7).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뜻은 인간의 외형(appearance)이 하나님을 닮았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루아흐가 인간 안에 임했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 누구도 제한하거나 손댈 수 없는 하나님의 영(루아흐)을 품은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어디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자유성을 그 육체적 삶 안에서 마음껏 누릴 때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간이 가장 불행할 때는 형상을 가져 공간에 갇히는 물체성에 그 육체와 영을 내어줄 때이다.

 

인간의 죄성이란 이것을 뒤바꾸어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아닐까? 현실에서 보는 인간은 행복을 찾는다고 하면서 자기 자신을 끊임 없이 형상을 가져 공간에 갇히는 물체성에 내어준다. , 외모, 학벌, 사회적 지위, 명예, 권력, 차별성 등등등. 인간은 끊임 없이 이러한 형상에 갇히려고 안달한다. 그러한 것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 두지 않으면 좌절하고 절망하고 심지어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것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 달라고 끊임 없이 하나님께 매달린다(기도한다). 이러한 것에 자기를 가두어 주지 못하는 신은 하나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하나님의 영(루아흐)를 몸 속 깊은 곳에 간직한 인간인가, 아니면 영혼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죄의 노예인가?

 

하나님의 자유성을 체험한 에스겔은 비록 포로 신세가 되어 다시는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이방인의 땅에서 죽어갔지만, 그는 그곳에서 그 어느 것에도 자기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 하나님의 자유성을 누리다 하나님의 품 안으로 돌아갔다. 그는 진정 하나님의 형상을 간직한 인간이었기에 절망의 상황에서도 무지개와 같은 희망 찬란한 삶을 살았다. 이 얼마나 아프지만 희망적인 인생의 드라마인가.

 

나도 인간이고 싶다. ‘형상을 가져 공간에 갇히는 물체성에 내 자신을 내어주는 일에 저항하는, 하나님의 자유성을 향유하는 바람 같은인간이고 싶다. 희망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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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