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소통이다

- 걸그룹 AOA '안중근 사건'을 보고

 

역사는 해석이다. 해석은 소통의 핵심이다. 안중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해석된다. 안중근은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항 운동의 핵심 인물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이겠으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안중근은 영웅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에서 보듯이, 영웅은 한 집단을 규합하는 윤리의 차원으로 승화된다. 그 집단에서 영웅은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규범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안중근은 단순한 한 명의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영웅이다. 그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윤리적 공동체를 형성한다.

 

걸그룹 AOA의 지민과 설현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안중근을 알아맞히지 못해 '뭇매'를 맞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문제를 못 맞힌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공유하는 '윤리'의 범주를 벗어났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중들과 소통에 실패한 것이다. 역사는 소통의 핵심인데, 그 핵심을 잃어버렸으니 비난의 화살이 그들에게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안중근에 대한 역사의 해석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갈등은 해석의 불일치에서 온다. 아직까지도 5 18일만 되면 '광주민주화투쟁'을 놓아두고 정치적 갈등이 불거지는 이유는 그 사건을 애써 다르게 해석하려는 불온한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역사 공부를 하며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 나라의 소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장사를 해서 돈벌이를 하더라도 '소통'에 실패하면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다. 아이돌 그룹을 통해 장사하는 연예 기획사나, 아이돌 그룹의 당자자들도 이 점을 꼭 숙지해야 한다. 노래하고 춤추는 '예쁨' 자체는 소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대중들의 소비재일 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러한 소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떠받쳐주는 '소통'이다.

 

소통에 실패하면 누구나 괴롭다. 인기가 치솟은 걸그룹으로서 뭇매를 맞아 괴롭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이 진정한 소통인가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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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