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2. 7. 11. 05:06

점입가경(漸入佳境): 경치나 문장, 사건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됨

 

남경에 있던 승려들이 와관사(瓦棺寺)를 짓기로 했을 때, 돈이 모자라 헌금자를 모으기로 했으나 몇 달을 노력해도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초라해 보이는 20세의 청년이 와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백만전을 내겠소. 그러니 절이 완공되거든 알려 주시오.' 절이 완공되자 그 청년은 불당의 벽에다 유마힐(維摩詰)의 불상을 그렸습니다. 뛰어난 필치로 얼마나 정교하게 그렸던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그림은 삽시간에 알려져 이를 보러 오는 이들의 보시가 금세 백만전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 청년이 바로고개지였습니다.

 

고개지(顧愷之)는 중국 동진시대 명화가로 서예의 왕희지와 함께 당시 예림의 쌍벽을 이뤘습니다. 그는 다재다능한 화가였으며 여기에다 독특한 인품으로 사안(謝安)은 그를 '천지개벽 이래 최고의 인물'이라고 했고,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삼절 (三絶:畵絶(화절). 才絶(재절). 痴絶(치절))이라고 불렀습니다. 痴絶(치절)은 그의 독특한 기행(奇行)과 유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는 사탕수수를 즐겨 먹었는데 늘 가느다란 가지부터 먼저 씹어 먹었습니다. 사실 사탕수수는 뿌리 부분으로 내려갈수록 단 맛이 더한 법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묻자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그야 점점 갈수록 단맛이 나기 때문이지(漸入佳境).'  - <진서(晉書) 고개지(顧愷之)> -

 

복음서의 저자들은 최고의 작가들입니다. 그들은 진리를 글에 담아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점입가경의 고수들입니다. 복음서를 한 번 보십시오.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1 1절부터 차근차근, 처음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보십시오. 복음서 저자가 그려놓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숨죽여 따라가 보십시오.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복음서는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가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한 일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증언하는, 그야말로 복음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눈물나는 클라이맥스가 있고, 기막힌 반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구나 생각하는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눈물나는 클라이맥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고, 기막힌 반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입니다. 이것만큼 드라마틱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드라마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는 복음서의 아류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우리가 TV에서 보는 드라마는 이것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더 드라마틱하고 더 큰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우리의 현실이라기 보다,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픽션에 불과합니다.

 

복음서는 그와 같지 않습니다. 복음서는 픽션이 아니고, 그렇다고 논픽션도 아니고, 그야말로 진리입니다. 픽션은 꾸며낸 이야기고, 논픽션은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존재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서의 증언은 이 세상의 그 어느 드라마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이러한 복음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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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