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이야기2015. 10. 28. 05:56

조경과 국정교과서

 

교회 주차장 한 켠에 있는 꽃나무들을 손 봤다. 그게 원래 사람 키만큼 크고 뒤쪽으로 퍼졌던 거라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평소 교회 조경을 담당하시는 미국 남편들이 관리하기 너무 힘들다며, 관리하기 쉽도록 손보자고 제안했고, 결국 조경업체를 불러 거대했던 꽃나무들을 관리하기 편하게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어 놓았다.

 

클 수 있는 만큼 뻗어나가던 꽃나무들을 아담한 사이즈로 손질한 이유는 미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관리하는 사람이 관리하기 편하도록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어 놓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론이 뜨겁다. 박근혜 정부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국민통합을 위해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언뜻 보면 온당한 것 같지만, 그것은 매우 독재적인 발상일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국민통합이 내 귀에는관리하기 편한 국민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밖에 안 들린다.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시키겠다는 것은 꽃나무들을 관리하기 편하도록 아담한 사이즈로 손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시각으로지나온 세상(역사)’를 볼 권리가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자신의 시각으로지나온 세상을 볼 권리가 있다. 그의 눈에 아버지의 독재와 유신은 여느 사람과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나는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믿고 있다. 그동안 매도당하고 있었던 유신, 5.16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게 뭐가 잘못됐느냐고 당장 비난을 받더라도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게 정치이다. 그래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다. 부모님에 대해서 잘못된 것을 하나라도 바로 잡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1989 MBC 박경재 시사토론)

 

누구나지나온 세상을 자기의 시각으로 볼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도 이렇게 말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기의 시각을 남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 자기의 생각, 자신의 견해, 자신의 시각만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 견해, 시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독재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불통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인간은 다스리기 쉽도록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타고난존재대로 뻗어나가야 한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선천적으로 내재된 자유이다. 이것을 빼앗기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며, 이것을 빼앗는 인간은 가장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인간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다못해 하나님도 인간의 자유를 빼앗지 않으신다. 오히려, 인간에게 참 자유를 주시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린 분이 하나님이시다. 이런 것을복음으로 생각하는 신앙인이라면, 자유를 빼앗는 일에 동참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가장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가. 어떠한 모양으로든 인간의 자유를 훼손하려 드는 자,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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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