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1건

  1. 2012.01.05 민주주의자 김근태 1
  2. 2012.01.04 종말론적 날파리 1
  3. 2011.11.20 어두운 밤 1
  4. 2011.10.20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5. 2011.08.18 우면산 1
  6. 2011.05.28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7. 2011.05.16 뱀에게 1
  8. 2011.05.01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9. 2011.04.20 눈물은 엄마다 2
  10. 2011.04.18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11. 2011.04.15 배꼽 3
  12. 2011.04.15 우면산
  13. 2011.04.10 엄마의 젖가슴 1
  14. 2011.04.07 뜨레비 분수
  15. 2011.04.05 비와 벌
시(詩)2012. 1. 5. 02:38

민주주의자 김근태

 

주님,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당신 곁으로 불러 가셨더군요.

그보다 더 유명한(?) 인물인 김정일이 죽었을 때는

그냥 조금 놀라기만 했는데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죽음 앞에서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 앞에 붙은 민주주의자라는 수식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시절,

희망의 빛을 비추기 위해 어둠과 싸웠던 이 사람입니다.

이 세상은 늘 그렇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지 못합니다.

이 사람은 그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두웠던 지하실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습니다.

살을 찢어놓고 피를 거꾸로 돌게 하는 고문을 당하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이 어눌해져서

평생을 아픔 가운데 살아야만 했습니다.

고문의 후유증이 얼마나 컸던지

치과에서 치아 치료를 위해 밝히는 등불조차

고문대를 생각나게 했답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는 너무 일찍 당신 곁으로 갔습니다.

이제 64세인데, 요즘처럼 살기 좋은 시대에는 한창 때 아닙니까?

너무 일찍 희망의 빛이 꺼진 것이 아닙니까?

어둠이 가한 공격 때문에 이렇게 빛이 사그라든 것 아닙니까?

그에 반해 어둠의 하수인이었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이 좋은 시대를 너무 만끽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더 당황스러운 것은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현재 목사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게 어찌된 노릇입니까?

 

우리는 당신의 뜻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빛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어둠은 빛 가운데로 나온 것 같은 이 형국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이 사태를 보고 당신의 정의(Justice)를 어떻게 이해해야만 합니까?

 

우리는 당신이 하시는 일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어립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당신의 정의를 통해서

당신이 하시는 일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

그러나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한 어둠.

그도 결국 어둠에 무참히 짓밟혀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오늘의 이 사태는 정의가 아니라 절망으로밖에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어둠에 무참히 짓밟혀 십자가에서 죽임 당한

빛으로 오신 예수, 당신의 아들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정의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배웁니다.

 

당신이 하시는 일은 늘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뛰어 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습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는 이렇게 당신 곁으로 갔지만

그가 뿌린 민주주의 씨앗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

대한민국, 아니 온 우주만물에 부활의 꽃처럼 피어나게 될 것을.

그리고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역사적으로 용서한 이근안은

당신의 섭리 가운데 심판 받게 될 거라는 것을.

 

민주주의자 김근태여!

편히 잠드소서.

이 세상에서 빛은 어둠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진리가 아닙니다.

부활의 주님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언젠가는

빛은 어둠을 능히 이긴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거기 그렇게 누워 있는 당신이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는 우리나

언젠가는

그 진리를 꼭 보게 될 것입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는 성자다  (1) 2012.02.08
우루사  (1) 2012.01.26
종말론적 날파리  (1) 2012.01.04
어두운 밤  (1) 2011.11.20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2011.10.20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1. 4. 05:54

종말론 책에서 종말을 맞이한 날파리 한 마리를 보았다

너무도 쬐끔해서 한 글자조차 가리지 못하는 몸뚱어리가 글자인양 누워있었다

사실 거기에 써 있는 글자들은 읽어내기가 너무 어렵다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 않은 알 수 없는 미래를 논하는 글이기에

약간만 딴생각을 해도 따라가기 힘든 논리들이다

바로 그러한 종말론 책에서 종말을 맞이한 날파리는

종말론 책을 읽으며 종말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나보다 더 종말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그 얼마나 위대한 종말인가?

살다가 종말을 맞이하는 것도 위대한 일인데

종말을 논하는 종말론 책에서 종말을 맞이했으니

이 날파리는 참으로 행운아다

나는

한 글자조차도 가리지 못하는 몸뚱어리를 종말론 책에 파묻으며 종말을 맞이한 이 날파리에게서 종말을 이해해보려고 즐비하게 늘어지는 논리를 펴는 이 책에서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루사  (1) 2012.01.26
민주주의자 김근태  (1) 2012.01.05
어두운 밤  (1) 2011.11.20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2011.10.20
우면산  (1) 2011.08.18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11. 20. 12:40

어두운 밤

 

아들 녀석이 어둠 속에서 운다

자다 깼는데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리라

아들 녀석의 울음 소리는

어둠보다 짙고

그보다 공포스럽다

내가 곧바로 달려가 안아주지 않았다면

아들 녀석은 평생

공포보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인생을 살았으리라

 

이렇게 어둠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인생이

갑자기 마음을 스쳐간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무도 없다는 것

그 버려짐의 고통은

어둠보다 짙고

그보다 더 공포스러우리라

그들에게 이 세상은 어둠 그 자체요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세상이리라

 

주여,

우리를 어둠 속에 그냥 내버려 두지 마소서

우리가 죽음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토록 죽음보다 더 짙은 어둠 속에서

그보다 더 큰 고통 가운데 살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영원한 죽음 가운데 사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고

깨어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입니다

 

주여,

우리를 어둠 속에 그냥 내버려 두지 마소서

우리가 죽음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환히 웃으며 잘 잤느냐하시며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 기쁨은 이 세상을 어둠보다 짙고 고통스럽게 살았던

그 아이들의 상처조차도

씻은듯이 낫게 하리라 믿나이다.

아멘. 아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주의자 김근태  (1) 2012.01.05
종말론적 날파리  (1) 2012.01.04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2011.10.20
우면산  (1) 2011.08.18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2011.05.28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10. 20. 08:16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 사랑은 상식만큼 피어난다

 

어린 시절 비 올 적마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도너츠.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기름에 튀긴 거라 끔찍하고 그런 걸 정신 없이 먹었다는 것이 끔찍하다. 그런데 그 시절엔 그것이 상식이었다. 기름에 튀긴다는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했을 뿐이고 그런 사실에 풍요롭다고 느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나에게 맛있는 간식을 주신 것이 아니라 독을 주신 것이나 다름 없다. 지금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트랜스 지방이 엄청 들어간 기름에 튀긴 도너츠를 간식으로 주셨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엄마의 사랑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엄마의 상식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그것이 엄마가 자식들에게 베푼 최고의 사랑이었다. 사랑의 행위는 늘 바르고 정직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사랑은 상식에서 벗어나 있고 상식을 비껴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 자신의 상식 선에서만 사랑을 베풀 수 있다.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은 이미 인간의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상식만큼 피어난다. 상식만큼만 사랑을 이해하고 받으면 된다. 그래서 난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엄마의 그 끔찍한도너츠가 그립고 또 그립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말론적 날파리  (1) 2012.01.04
어두운 밤  (1) 2011.11.20
우면산  (1) 2011.08.18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2011.05.28
뱀에게  (1) 2011.05.16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8. 18. 23:29

우면산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고 있었을 때,

우면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던 물도 마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람을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을 때
,

우면산도 더 이상 겨우내 내려 쌓인 눈을

3월까지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우면산이 품고 있던 땅 안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가 들어서고,

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을 때,

그 땅에서 논과 밭을 일구어 삶을 꾸려나가던 토박이들은

그 땅을 떠나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사람들이 우면산 정상을 향해 길을 놓고 있었을 때
,

우면산에서 살아오던 동물들은 살기 위해 산을 버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교통체증 해소와 시간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우면산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었을 때,

물과 눈과 땅과 토박이들과 동물들, 그리고 우면산이 만들어 낸 추억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지난달,

우면산 터널 준공식은 일정대로 치러졌다.


* 얼마 전 폭우로 인해서 우면산이 무너졌다.
그 소식을 듣고 내 마음도 무너졌다.
위의 시는 2003년도, 내가 미국으로 떠나오던 해에 지은 시이다.
우면산은 생명을 살리는 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우면산이 파헤쳐질 때,
우면산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제 우면산은 그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괴물로 변한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 나의 놀던 동산,
우면산이 이렇게 변했다니...
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충격이다.
주님, 구원하소서!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두운 밤  (1) 2011.11.20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2011.10.20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2011.05.28
뱀에게  (1) 2011.05.16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2011.05.01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5. 28. 01:43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부활절 아침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교회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건

파헤쳐진 빈 무덤이 아니라

파헤쳐진 빈 에어컨이었다

 

부활의 기쁨은 온 데 간 데 없어졌고

근심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고 보니 그 마음이

예수를 찾아갔던 여인들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예수의 시신이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

혹시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불안,

그들의 마음은

꼭 내 마음과 같았으리라

 

부활절 아침,

도둑이 파헤친 건

에어컨이 아니라,

그들의 양심이요

이 세상의 추악함이요

나누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의 모자란 마음이다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빈 무덤 앞에 선 여인들에게 들렸던

천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는 그보다 더 귀한

그분의 음성이 들려왔다

 

용서하여라 그들에게 복을 빌어주어라!”

 

부활의 기쁨은

파헤쳐진 빈 에어컨에 서린

죄악보다 컸다

 

에어컨은 보험처리 하면 된다


* 이 사건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는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교회 리노베이션 공사 마지막 날, 즉 에어컨 설치를 완료하는 날이었다.
그날이 바로 4월 23일 토요일(부활절 하루 전 날이었음).
그런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그날 밤 도둑이 들어
새로 설치한 지 하루도 안 된 에어컨을 떼어 간 것이다.
부활절 아침 (24일), 나는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렸다.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아서가 아니라,
파헤쳐진 빈 에어컨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활의 기쁨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 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렇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2) 2011.10.20
우면산  (1) 2011.08.18
뱀에게  (1) 2011.05.16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2011.05.01
눈물은 엄마다  (2) 2011.04.20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5. 16. 23:42

뱀에게

 

너는 주는 것도 없이 미움을 산다

사람들에게 특별히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너는 늘 혐오의 대상이다

마주치면 날름거리는 혀가 건방져 보여설까?

비비 꽈대는 몸뚱어리가 재수없어설까?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도망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설까?

 

네가 악명 높다 할지라도

그래도 너는 영광스럽다

인류 최초의 인간과 함께 위대한 과업을 이루었으니

범죄의 현장에 있었던 너

타락의 현장에 있었던 너

정죄의 현장에 있었던 너

너를 고발하고 있는 거룩한 책을 아느냐?

그 거룩한 책에 등장하는 너는

영광스럽다

 

뱀아 희망을 가져라

거룩한 책에 등장한 네가

토사구팽 당하겠느냐?

속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땅을 기어 다니다 보면

새하늘과 새땅을 맞이하리라

그것이 너뿐만이 아니라

너를 통해 타락한 모든 인류의

희망이 아니겠느냐!

 

 

* 새로운 사무실을 얻게 되어 좋아했는데, 며칠 전, 입구 옆에 늘어진 뱀껍질을 발견했다.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이다. 실물도 아니고, 벗어놓은 껍데기만 봐도 혐오스러운 뱀은 참으로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생긴 것 때문인지, 거룩한 책에 등장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혐오스러운 뱀도 하나님의 새창조 때에는 오명을 벗고 인류와 화평케 되리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면산  (1) 2011.08.18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2011.05.28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2011.05.01
눈물은 엄마다  (2) 2011.04.20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2011.04.18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5. 1. 01:07
* 아래 작품들은 이번 2011년도 봄 호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들입니다. 이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시인되었습니다. <창조문학>지에 실은 당선소감으로 감사의 말씀을 대신합니다.


당선소감

 

나는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그립고, 나의 살던 고향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고, 아버지도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존재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은 내 시의 모티브입니다. 그런데 그 그리움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닙니다.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에 미련과 한을 남기겠지만, 나의 그리움은 지나간 것에 있지 않고 앞으로 올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은 늘 희망찹니다. 그래서 나의 그리움은 희망찬 그리움입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파루시아(종말)의 삶입니다.

 

마음이 환합니다. 그리워하던 당선소식이 내게로 왔기 때문입니다. 봄꽃이 피듯, 내 마음에도 하얀 봄꽃이 핀 기분입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정확히 20년 되는 해에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내놓게 되는군요. 마음 속에서 감사가 팝콘처럼 튀어나옵니다. 먼저, 무디어진 시심(詩心)을 다시 갈고 닦을 수 있게끔 격려해 주신 최선호 목사님과 지인식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부족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윤동주처럼 시인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정현종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한국 떠나오고 연락 한 번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삶에 가장 큰 그리움의 샘물인 아버지(고인이 되셨지만…) 그리고 어머니 감사드립니다. 사랑으로 키워주신 덕에 제 마음에서는 사랑의 샘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봄날, 길벗, 아내 안영숙에게 당선의 기쁨을 수줍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정담
情談

 

오랜만에 친구와 저수지에 올라

개울가에 앉아 情談 나눈다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사는 이야기

깊어만 가는 여름 밤

이야기는 물소리와 함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는데

문득

새 한 마리 情談 가로채

하늘로 푸드득 날아 오른다

 

별빛이 푸르다



늦은 귀가

 

조심해서 다녀!

일찍 들어와!

 

매일 아침,

“조심”과 “일찍”을 강조하시는 어머니

 

나의 늦은 귀가에 어머니는

“니가 늦게 들어오니까

간이 오그라 들었다 늘어났다 하잖아”라고 꾸짖으신다

정말 그걸 느끼셨단다

 

“조심”과 “일찍”은

어머니의 사랑의 열매

 

나는 오늘도

그 열매를 따먹지 못하고

어머니가 토해낸 그 열매의 씨앗을

어머니의 심어 놓았다



맑은 호숫가에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물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하늘은 온 몸을 담그고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해질 때까지

 

 

 

비 오는 날의 기억

 

먹구름에게는 힘이 부치는지

하늘이 낮게 주저앉고 말았다

울지 말라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하루 종일

하늘은 눈물만 흘렸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부활절 아침의 기억  (4) 2011.05.28
뱀에게  (1) 2011.05.16
눈물은 엄마다  (2) 2011.04.20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2011.04.18
배꼽  (3) 2011.04.15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20. 03:54

눈물은 엄마다

 

눈물은 엄마다

눈물에는 엄마가 들어있다

힘들어 눈물 흘릴 때

눈물 속 엄마는 두 뺨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신다

기뻐 눈물 흘릴 때

눈물 속 엄마는 핑그르르 밝게 웃어주신다

엄마 사진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순간

내 삶에 가장 어려운 순간

내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

엄마는 늘 나와 함께 계신다

 

그래서 난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엄마를 기억한다

눈물을 흘리면 엄마가 나온다

내 눈물은 엄마다

* 눈물과 엄마의 공통점을 생각하면서 오버렙을 한 번 시켜봤습니다.
사람들은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리고 그 단어를 떠올리면
영락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습니다.
눈물이 엄마고, 엄마가 눈물인 것 같습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에게  (1) 2011.05.16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2011.05.01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2011.04.18
배꼽  (3) 2011.04.15
우면산  (0) 2011.04.15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18. 20:37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밤새껏 비가 내리더니, 날씨는 개고, 밤이 되니

스산한 바람이 부네요.

나무를 지나칠 때 나는 바람 소리는 할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인양

소리만 무성할 뿐, 아무런 의미를 만들지 못합니다.

요즘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바람처럼 할 말들이 가슴 속에서 맴돌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저는 오늘도 식구들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사진 찍는다고 좋아하면서 사진관에 갔던 그 날.(초등학교 1학년이었죠 아마도..)

빛 바랜 흑백 사진이지만,

그 사진 속에서는 칼라처럼 생생한,

빛 바라지 않은 행복이 흘러나옵니다.

오늘은 얼마나 편한 잠을 청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행복이 가슴을 간지럽히기 때문이지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잠을 청하렵니다.

보고싶은 아버지 음성이 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


*해설
아버지께 받은 사랑과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글로 표현이 안 됩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그리고 아들들에게서 받는 사랑으로,
그렇게 삶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조문학> 등단 당선작  (2) 2011.05.01
눈물은 엄마다  (2) 2011.04.20
배꼽  (3) 2011.04.15
우면산  (0) 2011.04.15
엄마의 젖가슴  (1) 2011.04.10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15. 07:47

배꼽

 

태어난 지 6주가 지났는데도

아들 녀석 배꼽은 떨어질 줄 모른다.

의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부모 마음이야 어찌 괜찮으랴.

알코올로 소독을 할 때마다

아들 녀석은 울어 대기만 한다.

저렇게 울어서야 어디 배꼽이 떨어지겠나 싶다.

알코올 소독을 집어 치우고

다른 방법을 궁리 중이다.

……

배꼽은 울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꼽은 웃어야 떨어진다.

배꼽이 떨어지도록 웃었다 라는 말이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들 녀석 웃길 방법을 궁리 중이다.

……

오늘밤,

아들 녀석은 배꼽이 떨어지도록 웃을 것이다.

걱정 끝.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은 엄마다  (2) 2011.04.20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2011.04.18
우면산  (0) 2011.04.15
엄마의 젖가슴  (1) 2011.04.10
뜨레비 분수  (0) 2011.04.07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15. 07:43

우면산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고 있었을 때,

우면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던 물도 마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람을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을 때,

우면산도 더 이상 겨우내 내려 쌓인 눈을

3월까지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우면산이 품고 있던 땅 안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가 들어서고,

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을 때,

그 땅에서 논과 밭을 일구어 삶을 꾸려나가던 토박이들은

그 땅을 떠나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사람들이 우면산 정상을 향해 길을 놓고 있었을 때,

우면산에서 살아오던 동물들은 살기 위해 산을 버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교통체증 해소와 시간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우면산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었을 때,

물과 눈과 땅과 토박이들과 동물들, 그리고 우면산이 만들어 낸 추억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지난달,

우면산 터널 준공식은 일정대로 치러졌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1  (1) 2011.04.18
배꼽  (3) 2011.04.15
엄마의 젖가슴  (1) 2011.04.10
뜨레비 분수  (0) 2011.04.07
비와 벌  (0) 2011.04.05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10. 04:09

엄마의 젖가슴

 

우리 엄마는 젖꼭지가 없지요.

어렸을 때는, 엄마의 젖꼭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요.

근데 말이에요,

우리 외할머니는 어땠는지 아세요?

우리 외할머니는 한 쪽 젖꼭지만 있고 한 쪽은 없었어요.

언젠가 난 엄마에게 물어보았지요.

"엄마, 엄마는 왜 젖꼭지가 없어? 외할머니도 보니까 한쪽 젖꼭지가 없더라."

낮은 목소리로 엄마는 대답하셨죠.

", 너네들 젖 먹여 키우느라 그렇지 뭐.. 엄마는 젖이 잘 안 나와서

피젖을 먹일 때가 많았어.."

엄마는 원래부터 젖꼭지가 없었지요.

젖꼭지가 없는 건,

유전이거나 신체적 결함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난 그렇게 믿지 않아요.

엄마의 젖꼭지가 없는 건,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그보다, 나오지도 않는 젖을 짜내시느라,

엄마의 젖꼭지는 닳아서 없어진 것이라고,

그래서 엄마의 젖은 피젖이었다고,

난 믿고 있지요.

 

꼭지도 없는 우리 엄마의 젖가슴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 아세요?

그건,

피거름으로 자라난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는 곳이라서 그렇지요.

그런 엄마의 피젖을 먹고 자란 내가,

어떻게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게 있어

죽는 날까지 가장 그리운 건,

엄마의 꼭지 없는 젖가슴,

바로 이겁니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꼽  (3) 2011.04.15
우면산  (0) 2011.04.15
뜨레비 분수  (0) 2011.04.07
비와 벌  (0) 2011.04.05
떼르미니 역 거지  (1) 2010.12.09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7. 13:37

뜨레비 분수

 

고불고불 로마의 골목길을 가로질러 찾아간 뜨레비 분수.

오드리 헵번처럼 로마에서 한가로움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저녁 어스름,

조각상을 좀 더 환상적으로 만들어 줄 조명이 켜지기를,

조명이 켜지면 자신의 삶도 환상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오감을 다 열어 놓고 기다린다.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아 어둠이 짙지도 않은데

기다리는 사람을 의식한건지 배려한건지

어둠과 환함의 어정쩡한 공기를 타고

조명이 찬란하게 켜진다.

설익은 조명인데도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들의 한가로움은 설익은 한가로움이라서 그럴까.

그들의 삶은 설익은 삶이라서 그럴까.

설익은 것들이 어우러져 찬란함을 겨우 일궈내고 있을 때

사람들은 일제히 분수를 등지고

분수 속으로 동전을 던져넣기 시작한다.

던지기 전 그들은 잠시 눈을 감고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은 분명 오감이 행복해할 수식어들이 가득찬

환상적인 소원일 것이다.

 

그 때,

배를 낮게 깔고 힘겨운 움직임으로

뜨레비 분수 앞을 지나는 거지가 눈에 들어온다.

환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시간과 절망을 딛고 사는 거지의 시간이 교차되는 순간,

소원을 빌기 위해 분수 속으로 던져지는 동전은 있어도

마땅히 빌 소원도 없는 거지의 깡통 속으로 던져지는 동전은 없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꼽  (3) 2011.04.15
우면산  (0) 2011.04.15
엄마의 젖가슴  (1) 2011.04.10
비와 벌  (0) 2011.04.05
떼르미니 역 거지  (1) 2010.12.09
Posted by 장준식
시(詩)2011. 4. 5. 12:21

비와 벌

 

처마 밑을 맴돌던 벌 한 마리가

주저 앉다 말고 갑자기

빗속으로 뛰어 들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곤충심리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다만 빗속에서 비 맞고 돌아다녔다고

나처럼 그 벌도 엄마한테 혼날까봐

그것이 걱정된다

 

빗속으로 뛰어드는 벌을 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난다

나도 앞뒤 가리지 않고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비를 흠-뻑 맞고 집에 돌아와

엄마한테 혼나고 싶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꼽  (3) 2011.04.15
우면산  (0) 2011.04.15
엄마의 젖가슴  (1) 2011.04.10
뜨레비 분수  (0) 2011.04.07
떼르미니 역 거지  (1) 2010.12.09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