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1건

  1. 2017.03.05 새의 심장 1
  2. 2017.02.22 희망
  3. 2016.12.17 그리고, 비가 왔다
  4. 2016.12.12 시간
  5. 2016.12.11 토요일 오후
  6. 2016.12.10 후회
  7. 2016.12.10 혐오
  8. 2016.11.27 파도 2 2
  9. 2016.11.26 세월 1
  10. 2016.11.25 파도
  11. 2016.11.18 꽃과 벌
  12. 2016.11.14 아들의 얼굴 1
  13. 2016.11.12 그리스도의 얼굴
  14. 2016.11.09 인생
  15. 2016.11.09 기도
시(詩)2017. 3. 5. 15:37

새의 심장

 

섞었다고

잘라내야 한다고

도끼를 갖다 댄 가엾은 나무에

둥지를 튼

절박한 새

 

봄이 오면

나무 등짝 한 가운데 난

도끼 자국에서

푸른 싹 돋아날 거라는

직감

탄식

 

오오 하늘이여

생명을 우습게 본 자

생명을 내팽개친 자

자기 손으로

얼굴을 가리게 하소서

 

바람을 일으킬까봐

숨죽인 심장

생명의 자맥질 멈출 수 없어

복종의 이름표 달고

뛴다

타 들어간다

 

아아 만날 것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른 새벽

샛별과 반달이 입맞춤 하는 날

절박한 새의 심장은

동 터 오는 허공 속에서

급히 오는 새날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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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7. 2. 22. 07:51

희망

 

내 잘못이구나

형벌이 내리겠구나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겠구나

멀미같이 시간을 앓겠구나*

기억의 지층이 두꺼워지겠구나

넋이 처용처럼 춤추겠구나

운명에 고인 고름이 터지겠구나

주어 담지 못하니 그냥 흘러가겠구나


* 박경리의 [사마천]에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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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2. 17. 12:47

그리고, 비가 왔다

 

시선이 마주치기 전까지

구름은 움직이지 않는다

엄마는 신발을 들고

아가는 엄마를 든다

목인사를 건네며

바삐가는 바람에게

길을 묻는다

낙엽이 대신 대답한다

친구가 오지 않아 슬펐던 가을은

장마같은 눈물을 남기고 떠나갔다

가늘어진 목구멍 사이로

저녁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산등성이에 다다른 하늘은

구름과 시선을 맞춘다

 

등을 더듬는 구름아

그건 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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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2. 12. 18:20

시간

 

토끼가 굴에서 나왔다

독수리가 하늘을 유유히 난다

땅거미 질 무렵

길게 늘어진 거미줄에

잠자리 한 마리가 걸터앉는다

붕어가 잠수를 한다

스스로 꼬리를 잘라낸 도마뱀이

칼 춤을 춘다

올빼미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

별똥별이 지그재그로 하강한다

나무가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집게벌레가 하품을 한다

모래바람이 분다

시계가 서쪽으로 기운다

창문에 노란색 손수건을 단다

거북이가 총총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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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2. 11. 12:58

토요일 오후

 

아픈 귀,

만지면 고장 날 것 같다

차마 손바닥을 갖다 대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눈은 손가락에 갇힌다

구름이 지나며

비웃음을 뿌린다

이 세상에 괜히 왔다

누구든지,

나무에 오르면

떨어지는 관성을 잊는다

바람이 콧등을 살짝 건드린다

분노는 심장을 뚫고

머리카락의 최전방까지 돌진한다

나뭇잎이 한가롭게 떨어진다

말 걸기도 힘든 노인네가

젓가락처럼 서 있다

세발 자전거를 탄 아이가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곳에서

기억이 탄생한다

노을이 새털구름에 스민다

손바닥에서 자꾸 아픈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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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2. 10. 15:46

후회

 

간다고 해 놓고

몇 걸음 못 가서 주저 앉았다

눈시울이 붉어졌을 땐 이미

심장에 금이 간 후였다

강물은 흘렀고

그림자는 멈췄다

가야하나

말은 숨어버렸고

생각은 밀려왔다

입술은 말라버렸고

피는 체온에 갇혀 증발했다

잘못 온 것이다

아니, 아직 다다르지 못한 것이다

바꾸지 못하는 건 마음이 아니라

신이 이미 진행시켜버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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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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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지붕이 뜨겁다

새 한 마리가 지붕 위를 날다

날개 한 쪽이 꺾인다

꺾인 건 새의 날개인데

추락하는 건 구름이다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

괴팍한 햇살이

심장까지 침투한다

피는 우주를 한 바퀴 돌고

눈은 열광하며 집을 나간다

이건 누구의 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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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1. 27. 16:30

파도 2

 

눈물이 눈 밖으로 나오려고 합니다

뚝 떨어지지 않고

비명을 지르려고 합니다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눈물은 모두 당신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릅니다

 

해지는 것을 보고 서쪽 인줄 알았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곳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밀려옵니다

 

몸 속 어딘가에서 침삼키는 소리가 들립니다

석양이 부서지는 쪽을 향해 앉았습니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따뜻한 입술

덜어주는 입술

다문 입술

용감한 입술

 

그날 나는 그만

입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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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1. 26. 14:41

세월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뒤에서 따라왔구나

나만 몰랐구나

뒤에 눈이 달렸다면

뒤돌아 너를 응시했을 텐데

 

자식이 등 뒤에서 찍어준

사진을 보고 이제서야 알았구나

내 등이 저렇게 굽었구나

내 다리가 저렇게 휘었구나

내 머리가 저렇게 빠졌구나

 

그동안 뒤에서 나 몰래 따라오느라

고생했구나

가는 것 중에

나와 함께 끝까지 가는 것이

너 밖에 없구나

이제는 나란히 가자 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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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11. 25. 14:33

파도

 


처럼,


거침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부서질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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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11. 18. 07:24

꽃과 벌

 

윙윙

어지럽다

더이상 허공을 날 수 없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상착륙유도장치가 켜지고

난데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활주로를 살랑살랑

흔들어 놓는다

윙윙

메스껍다

활주로에

고꾸라지는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른

열병은 터지고

토사물이 쏟아져 나온다

비로소

꽃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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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11. 14. 16:47

아들의 얼굴

 

어둠의 결을 따라 고이 잠든

아들의 얼굴에

점이 하나 둘 들어와 박힌다

 

무엇을 증명하려는 것일까

 

아버지는 어릴적

내 얼굴에 난 점을 센 적이 있다

 

네 얼굴은 밤하늘과 같다고

네 점은 별이라고

 

명랑한 눈을 지그시 감은

아들의 얼굴은 초롱하다

 

아홉 해 동안

아들의 얼굴에 네 개의 별이 떴으니

북두칠성을 보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북극성처럼 분명한

아버지의 아들이건만

 

아들의 숨소리는

별을 데리러 먼 데를 여행하고 있는

우주선 같다

 

잘자라 우리 아들

아버지 눈동자에 박힌 별이여

저물지 않는 샛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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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11. 12. 14:33

그리스도의 얼굴

 

우리는 서로 보지 않는 게 좋아요.

내 얼굴은 내 노래를 반영하지 않아요.

나는 손가락조차 휘어져 있죠.

당신은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거에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태초부터 인류의 눈은

가장 타락했기 때문이죠.

내가 보고 싶으면

차라리 어린왕자를 떠올려 봐요.

어린왕자가 당신에게

상자 하나를 건네 줄 거에요.

그 안은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죠.

그 안에 내 얼굴이 들어 있어요.

, 이제 마음껏 상상해 보아요.

그게 바로 나에요.

우리,

그렇게 영원히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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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6. 11. 9. 04:14

인생

 

세월은 가고

붙잡아 둘 수 없어

하늘을 쳐다보니

닭 쫓던 개 신세구나

만물은 돌고 돌아

영겁을 이어가는 것 같으나

떨어진 잎새 들여다보니

이들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구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야속하여

고개를 떨구는데

바람은 저만치 뒹굴며

한량처럼

세월을 까먹고 있구나

그림자만

발걸음을 따라오니

담장 아래를 서성이며

갈 데 없는 것이

별과 별 사이를 헤매는

외계인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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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6. 11. 9. 03:36

기도


멈춥니다 

무릎을 꿉니다

눈을 감습니다

고개를 숙입니다

입을 다뭅니다

겨드랑이를 엽니다

칼을 꺼냅니다

허공을 자릅니다

피를 받아 마십니다

토해냅니다

미친듯이 웃습니다

우스워집니다

미안해집니다

속상해집니다

뜨거워집니다

꿈을 꿉니다

눈을 뜹니다

고개를 듭니다

입을 엽니다

손을 흔듭니다

두 손을 모읍니다

붉은 혀를 훔칩니다

무릎을 폅니다

비틀거립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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