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미식’이란 말을 아세요?

 

3년 전, 팬데믹이 오기 전, 우리는 ‘창조론과 기후위기’라는 특강을 통해서 기독교 신앙(창조론)이 어떻게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었죠. 기억 나시죠? 그때 우리 ‘인류세’라는 용어가 무엇인지도 배웠잖아요. 인류세가 무슨 용어인지 모르는 사람은 세금의 한 종류인 줄 알지만, 이것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지구과학(지질학) 용어입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이고요.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홀로세(Holocene)가 아니라 인류세(Anthropocene)에 살고 있습니다.”

 

홀로세는 약 11,650년 전 시작된 지질대를 말합니다. 홀로세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완전(Holo’)이라는 말과 ‘새로운(cene)’이라는 말이 합쳐진 용어로, ‘완전 새로운 시대’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빙하기(the last Ice Age)가 끝나고 시작된 홀로세는 지구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기후를 유지했습니다. 그 덕분에 현생 인류가 출현하고,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번성하고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죠. 그런데 지구 역사에서 지질대에 인류가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습니다. 인류는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의 힘에 압도되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인류는 자연의 힘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지질대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류는 자연의 힘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지구과학적 현상을 일컬어서 ‘인류세(Anthropocene)’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지질대가 지구과학에서 공식적인 지질대 용어가 되었지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홀로세에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류세에 삽니다.

 

지구 역사에서 기후의 변화는 매우 자연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후의 변화가 더 이상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 때문에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이것을 기후위기라고 부르는데, 자연적으로 온 위기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외부적으로, 불가항력적으로 온 위기면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을 텐데, 스스로 위기를 불러온 것이라면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지금 인류는 스스로 멸망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나를 총으로 쏴서 죽이는 것만 자살이 아닙니다. 인류는 집단적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고 있는 중입니다. 집단적인 행동이다 보니 경각심이 덜 하고, 윤리적 부담이 적을 뿐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라는 본질은 같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죠.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도서 중 <기후미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직업환경의학·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이의철 작가의 책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미식’이라고 하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하고요. 이러한 뜻을 가진 ‘미식’ 앞에 ‘기후’ 자가 붙어서 ‘기후미식’이라는 말이 탄생한 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작가는 그 뜻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기후미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말해요. 2019년 여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단어죠. 행사 홍보 깃발에 ‘기후미식 주간’이라고 써 있었어요. 프랑크푸르트는 2014년부터 매년 기후미식 주간 행사를 열어왔더라고요. 규모가 커져 지난해부터는 ‘기후미식 축제’로 이름을 바꿨고요. 음식을 기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단어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그 이후 기후미식에 대해 알리고 있죠.” (한겨례 신문 인터뷰 중)

 

기후위기에 대한 의사 이의철 작가의 말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완전 다른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우리는 석탄 연료를 덜 쓰기 위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의철 작가의 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일깨워 줍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이 먹는 정도로 인류가 음식 섭취를 하려면 지구가 2.3개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동물성 식품 소비와 식용유 소비가 늘어서라고 합니다. 육류와 식용유 섭취가 늘면서 산림 파괴가 더 심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2019년 8월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식습관을 바꾸어 고기·생선·달걀·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순식물성(완전 채식) 상태로 바꾸면 온실 가스 배출량의 17.4%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서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16.2%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류의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화석연료 안 쓰는 일 보다 지구를 살리는데 더 효과적이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 이의철 각자의 주장이 매우 눈에 띕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탄소 배출에만 집중하기엔 기후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식습관을 바꾸는 것에 더해서 해양생물 보호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합니다. 해양생물은 육상생물과는 달리 죽어서도 몸속에 저장된 탄소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해양생물은 탄소 배출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나빠서가 아니라 바빠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잘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시간 내어 함께 배우고 깨우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텐데, 먹고사니즘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살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지금 죽음을 향해 달려 가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삽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지금 배우고 격려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그동안 잠시 멈췄던 ‘기후위기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려고 합니다. 기독교 창조론에 대하여 공부할 뿐 아니라, 실제로 탄소배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려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며 어떤 먹거리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격려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기후미식 행사를 세화교회에서 열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배우고 격려하고 실천하면서 기후미식 행사를 차츰 키워 나간다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기후미식 축제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이 시대를 선도하는 좋은 교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 함께 배우고 격려하고 실천합시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