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란 무엇인가

 

구원은 '초월'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구원과 초월을 섞어 말하자면, 구원은 초월하고 싶은 욕구다.

 

우리는 대개 구원을 이렇게 '초월'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익숙해 있다. 몸이 아픈 것에 대한 초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에 대한 초월을 구원으로 생각하고, 무엇보다, 죄에 대한 초월을 구원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유한성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조금이라도 자신의 유한성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 수단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이다. 돈은 사람들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돈이 많으면 자신의 유한성을 넘어선 '초월자'가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구원을 '초월'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욕망 덩어리이기 때문에, 구원을 '초월'로 생각하는 데 쉽게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구원을 '초월'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게 한다. 구원인 줄 알았는데, 구원을 가져다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은 인간을 가장 비참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구원을 초월로 이해하며, 결국 비참한 인생을 맛본다.

 

기독교의 구원을 '초월'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기독교 신앙을 정말 오해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구원이 '초월'이었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그렇게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굳이 '성육신(incarnation)'할 필요 없었을 것이다.

 

기독교는 '초월'을 말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종말론도 이 세상으로부터의 초월이 아니라, 이 세상의 완성을 말한다. 기독교 신앙의 가장 핵심은 '성육신'이라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그리고, 기독교의 신앙의 출발점은 '십자가 사건'이라는 것 또한 놓치면 안 된다. 성육신과 십자가는 '초월'을 바라는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계를 끌어안으려는 의지이다.

 

악이 판을 치는 것 같으나, 결코 이 세상은 그 악에 의해서 멸망당하지 않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 안에서 '아름다움이 회복될 것'이라는 소망이, 기독교의 구원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성육신과 십자가를 깊이 이해한 사람은 초월적 욕망을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경외를 가지고 자신의 삶과 이웃의 삶을 사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힘껏 끌어안는다. 초월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악과 진실하게 대면하며, 자기의 생명을 긍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가 진정 구원 받은 자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