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2018년도 한국에 출판된 책 중에 많이 읽힌 책 목록에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2019년도에도 여전히 많이 읽힌 책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세속(secular)’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죠. 대개 세속적이라는 말은 속물적이라는 뜻으로 통하거나, ‘신을 믿지 않는이라는 뜻으로 통합니다. 신앙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든지, 종교적 신념을 토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를 일컬어 세속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세속적인 사람들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종교 없는 삶>에서 세속(secular)’라는 용어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로서 무종교적인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책의 저자 필 주커먼(Phil Zuckermann)은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에 위치한 피처 칼리지의 사회학과 교수입니다. 그 자신이 무종교인입니다. 그는 종교 없는 삶을 택한 사람들이 늘어가는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면서 종교 없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서,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덜어내려고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연구를 통해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핵심 가치를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신뢰와 생각의 자유, 지적인 탐구, 아이들의 자율성 함양, 진리 추구, 황금률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공감적 호혜를 도덕성의 바탕으로 삼기, 죽음의 불가피성 받아들이기, 내세가 아닌 지금의 세상을 기초로 하는 온건한 실용주의로의 삶을 항해하기, 그러면서 설명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이 심오한 존재의 한가운데서 때때로 깊은 초월감을 만끽하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24).

그는 이어서 무종교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활력과 의욕, 열정, 끈기를 갖고 지금 여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또 이 세상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므로 세상을 더욱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헌신하는 것신이나 구원자보다 가족과 친구들을 더 사랑하고 선을 행하며 타인들을 올바르게 대하는 것또 갓난아기나 폭풍우, , 눈물, 조화와 내적인 것들, 대수학, 용서, 오징어, 아이러니 같은 삶의 설명할 수 없는 경이들에 어떤 초자연적이거나 신적인 보호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이것들 속에서 기쁨과 충족감을 발견하는 것…”(24-25).

저자가 연구를 통해 밝혀낸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핵심 가치들을 보면 종교를 가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이 세상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므로, 이 세상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독교 신앙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거나 그들의 삶을 혐오하거나 불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을 가짐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구원 받은 의인으로 포지셔닝을 하며, 구원 받지 못한 그들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과 정죄의 마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적어도,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이렇게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혐오와 불신의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대림절(또는 대강절, Advent)을 맞았습니다. 기독교 교회력은 대림절부터 시작됩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약속하신 구세주가 오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기독교의 신앙은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희망의 종교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통해서 성취되었다고 선포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종교 없는 삶>에서 말하는 핵심 주장은 종교 없는 삶도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입니다. 그러니 종교 없는 삶을 산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함부로 혐오와 불신의 마음을 갖지 말라고 외칩니다. 이처럼 종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삶의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사는 우리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 어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요. 설마, <종교 없는 삶>에서 말하고 있는 것에 긍정하며 신앙을 떠나 종교 없는 삶의 반열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혹시, 아직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함께 그 의미를 발견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종교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외치는 이 시대에, 우리도 부지런히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외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함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에 우리의 삶을 던져 보죠.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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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