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10. 6. 11:35

길을 걷다가

 

벽이든 낭떠러지든 앗질한 것이 앞에 있는 게 나아

그러면 눈을 감을 수 밖에 없거든

눈을 감으면 상상을 하든 기도를 하든

앗질한 것을 넘어서게 되거든

벽을 뚫고 지나가든 낭떠러지를 도약대 삼아 하늘을 날든 하거든

길을 가면서 눈 감을 일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거야

눈을 감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착각하는 지루한 눈을 갖게 되거든

그것은 길을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는 불성실함을 보여주거든

길을 걷다가 앗질한 것을 만나거든 되돌아 갈 생각 말고 눈을 감아봐

눈을 감고 상상을 하든 기도를 해봐

앗질한 것 뒤에 있는 신세계가 어둠을 가르며 네게로 돌진해 오는 게 보일거야

눈을 감는 건 비겁한 게 아니라 최후의 수단인 거야

최후의 수단이 있는 한,

우리는,

길 걷는 걸,

멈출필요없는거야

 

* 앗질한은 아찔한의 의태어 (, 하고 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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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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