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8. 11. 22. 13:50

다리의 독백

 

눈이 멀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혼자서 움직여 본 적이 없어요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은 내게 늘 허공이었어요

 

끝이 안 보이면 어떡하죠

길 끝이 낭떠러지면 모른 척 떨어져야 하나요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발걸음을 떼는 일이에요

 

머리와 몸과 손바닥이

나만 바라봐요

 

눈이 멀면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걸어가야 해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아무도 날 멈춰 세워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안 아픈 척 절뚝거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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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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