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20. 2. 25. 06:51

들꽃

 

삼신 할매가 점지해 준 씨를 타고

예언의 계곡 넘어

바람보다 먼저 도착한 너는

 

푸르고 검은 하늘의 눈동자에

고양이의 그것보다 빛나는 열정을

아지랭이처럼 나른하게 박아 놓는다

 

무엇인가 너는

나무의 손끝을 떨게 만드는

오후의 무심한 시간보다

아득한 곳을 상상하게 만드는

 

무너져가는 담장 옆에 둥지를 틀고

이제 막 솟구치려하는 푸른 잎사귀보다

간절하게 생명을 갈구하는 너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물었지

여기를 지나가고 싶냐고

그러면 수수께끼를 맞혀야 한다고

그렇게 너는 묻는다

 

나는 답을 모른다

답을 모르기에 꺾여야 하는 것은

너의 목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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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