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9. 12. 3. 18:39

바이러스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밀쳐 내지 못해 얼굴이 빨개지고

받아들이지 못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한 입 베어 먹은 병균의 세상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촌락이 많다

탐험가라면 마땅히 그곳을 동경하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존재가 그곳에 대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현상은 사회적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세상에 갇혀 산다는 선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끝끝내 밀쳐내지 못하면

차라리 생명을 내려놓는 게 좋다는 현명함과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면

차라리 깊은 잠이나 자는 게 낫다고 투덜거리는 미련함이

교차한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를 확신할 수 없다

살갗 뒤에 숨겨진 또다른 세상이

무수한 별들처럼 솟아날 때

온 몸은 열기를 내뿜으며 전율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끌어안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을 진찰하도록 허락받은 의사의

최고의 낭만적인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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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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