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20. 3. 13. 12:23

안녕. 안녕. 안녕.

 

우리는 만나고 있지만

실은 만나지 못하고 있어.

차가운 암흑이 짙게 깔려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셔서야.

불태워보려고 아무리 애써 보지만

장작에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너와 나만이 가지고 있는 성냥이

발화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눈을 뜬 채로 꿈을 꿔.

지붕을 뜯어내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

거기엔 적막과 고립이 존재하는데

은하수랑 가까워서 그런지

오히려 푸르고 애잔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태초부터 불가능한 일은

뼈 안 속으로 꽁꽁 숨어버린 것일까.

뼈가 아프다.

긁어보지만 살갗만 붓는다.

아무리 주물러보아도

시원해지지 않는 내 뼈들은

가능성의 세상을 그리워하며 말라가고 있어.

우리에게 구원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불가능 그 자체 일거야.

일곱개의 색깔로 구원을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의 구원은 무지개라는 이름을 차마 붙일 수 없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불가능한 색깔일 테니까.

오늘부터 나는 너를 만나지 않으려고 해.

그게 내가 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우리 안녕은 세 번만 외치자.

그게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주문이라고 믿자.

안녕.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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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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