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세상 물정 모르는 세 살배기 아들이 학교 다닌다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힘쓰는 것을 보면 엄마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엄마는 아들이 학교 가기 전에 집에서 푸푸(대변)를 보고 가면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학교 가서 푸푸를 보게 되면 선생님을 번거롭게 할까 봐 걱정이고, 학교에서 혼자 푸푸 보면서 괜한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답니다. 이것이 엄마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세 살배기 아들은 몰라주겠지만 엄마는 늘 세심하게 걱정합니다.

 

이런 엄마 마음이 목사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는 성도들이 얼마나 될까요? 히브리서 13 17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하느니라 그들로 하여금 즐거움으로 이것을 하게 하고 근심으로 하게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유익이 없느니라.” 자신들에게 복 주는 말씀을 하면 아멘하다가도 이런 말씀 앞에서는 입을 삐죽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순종하라 복종하라라는 말이 거슬리기도 하고, ‘목사의 마음이 정말 저랄까하는 의심도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목사 중에도 삯꾼 목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곳에서든지 곡식과 가라지는 함께 자라는 법입니다. 곡식과 가라지를 구분하는 것이 영성이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신실 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삽니다.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목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목사에게 또는 교회의 지도자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못 믿겠다는 겁니다. 신뢰가 없으니까 말씀을 들어도 본인에게 익숙한 말씀, 본인이 들어 납득할 수 있는 말씀에만 아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말씀이 본인의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 싶으면 목사를 대적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목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목사에게 또는 교회 지도자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권위 앞에 순종하고 복종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권위 앞에 순종하고 복종해 보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인간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참 권위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고, 부모님의 권위에 순종하고 복종해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권위 앞에서 자기 방어 기제가 발동됩니다. 일종의 열등감이고 피해의식입니다. 권위 앞에 복종하고 순종하면 자신의 존재가 초라해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것을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순간 자기 방어 기제가 발동하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인에게 이건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에 머물지 않고 결국 신앙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복음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요, 결국 믿음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자기 안에 그리스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밖에는 없다는 것이죠. 교만이라는 것, 별거 아닙니다. 자기 집중, 자기 방어를 통해서 상대방(타자)을 밀어내는 것, 이것이 교만입니다. 그런 마음에는 성령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죠. 그러니 그의 삶 속에서 성령의 열매가 맺혀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타락한 인간의 추악한 썩은 냄새만 날뿐입니다. 이 냄새로 인해 주변 사람들만 괴로울 뿐입니다.

 

엄마 마음을 상상해 보고 그 마음을 목사의 마음과 오버랩 시켜 보십시오.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 당신이 삶의 무게로 버거워 할 때, 당신이 사는 것 때문에 바쁠 때, 목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신을 위해서 경성하기를 자신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기도합니다. 본인도 본인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는 일을 목사가 대신 하고 있는데 이왕이면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목사의 영성을 신뢰하십시오. 그것이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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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