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8. 10. 31. 14:27

홈리스

 

거리 위에 유령이 떠돈다

어느 우주에서 왔을까

저들의 카리스마에 주눅들어

밤도 아무 말 못하고

깜깜하게 비켜간다

이슬인들 그들을 덮칠 수 있으랴

뭣 모르는 도둑 고양이가

그들의 곁을 훔칠 수 있을 뿐

공권력도 그들에게서 아무 것도 빼앗지 못한다

그들에게 지붕이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해탈의 징표이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거룩함이다

존재의 뒤, 또는 존재의 앞에

잉여로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축복이 아니다

바람만이 그들의 등을 타고 넘을 수 있으므로

그들은 바람처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이 타락한 세상의 찬란한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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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