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7. 3. 09:18

메시아


내가 지금 말을 걸고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라

심지어 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야.

그 사람은 마술사나 연금술사,

또는 사기꾼이 아니라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아니 만나게 될 사람 중에,

아니면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 사람 중에

눈빛이 가장 선한 사람이야.

나는 이 사람이 들려준 인생 이야기가 좋더라.

우선 꾸밈이 없고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없는

화창한 날의 구름 같은 이야기야.

모르겠어,

내가 이 사람에게 자꾸 빠져드는 이유는

아마도 이 사람의 심장소리 때문인 것 같아.

이 사람의 심장소리는

어느 새로운 문명의 아침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같아.

그 소리를 들으면

하늘이 열리고

별이 쏟아지고

태양이 녹고

달이 빛나.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구원이 돌진해 오는 것 같아.

나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기로 마음 먹었어.

그래서

나는 숨을 죽이기로 했고

감각을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했고

무엇보다,

도망치지 않기로 했어.

이제야 심장이 슬프지 않네.

들어봐,

내 심장이 이렇게 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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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