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회세습을 목회자의 윤리적 문제로 분리하여 비난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은폐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지 교회세습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못한다.

 

자본문맥(모든 것이 성장 발전해야 한다, 증식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교회세습은 목회자가 행하는 자본축적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그러므로 교회세습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본문맥에 갇혀버린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의 윤리에 호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교회세습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적 연구가 필요하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성과 신앙을 해치는지를 반성해서 자본문맥에서 자유한 탈자본의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후기 근대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과제이기도 하다. 교회가 이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지도자의 위치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구조적 반성이 없다면 교회세습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고, 윤리적 비난은 교회를 갈등으로만 밀어넣을 뿐 아무런 해결도 하지 못할 것이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참새한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라고 다그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참새가 다니는 길에 방앗간을 놓지 않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자본주의에 의해 주조된 소비적, 소유적 인간이 어떻게 교회세습의 유혹을 뿌리치겠는가. 교회세습은 소비와 소유 욕망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절정을 맛보고 싶어한다. 우리는 하나도 자유롭지 못한 노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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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