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사색2011. 3. 2. 00:42

시편 12

말은 존재의 집 인간의 말과 하나님의 말

 

(언어)은 존재의 집이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한 유명한 말이다. 내가 내뱉는 말에 나의 존재가 담겨 있다는 것을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라. 우리가 얼마나 함부로 말을 내뱉는지.

 

시인은 함부로 말을 내뱉는 악인들의 말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 악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통 거짓아첨뿐이다(2). 그들의 마음은 둘로 나뉘어져 있어서 도통 진실을 분간할 수 없다. 진실과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따라 말을 바꾸고 말로 사람을 호린다.

 

시인은 자신의 혀를 믿고 거짓과 아첨뿐인 말로 세상을 뒤흔드는 그들의 악행을 본다. 그들은 교만해질 대로 교만해졌다. 이제 그들에게는 하나님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도 자신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자기의 혀로 자기 마음대로 말하면서 살려 한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발견한 인간의 말이다. 결국 교만함만 낳는 멸망의 말이다.

 

시인은 인간의 말과 대조되는 하나님의 말(말씀)을 선포한다. 악한 자들의 말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으나 하나님은 절대로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나님께서는 다 듣고 계신다. 악한 자들의 거짓과 아첨뿐인 말도 듣고 계시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 당하는 자들의 탄원의 말도 들으신다. 하나님은 고통 당하는 자들의 탄원을 들으시고 일어나신다. 그리고 그들을 안전한 지대로 옮기신다(4). “도우소서”(1)라는 탄식을 듣고 그들을 구원하신다.

 

시인은 거짓과 아첨뿐인 인간들의 말과 하나님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하나님의 말씀은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단련한 은처럼 순결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귀중하고 불순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래서 신실하고 믿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하나님께서 구원하실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분을 의지할 수 있다.

 

말은 인간의 존재를 규정한다. (말씀)은 하나님의 존재를 규정한다. 거짓과 아첨뿐인 인간의 말은 인간 존재를 보여준다. 순결하고 신실한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을 계시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순결하고 신실한 하나님의 말씀이 나의 혀를 주장할 때까지, 그래서 나뉘어진 마음이 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볼 때까지, 우리는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나의 혀를 주관할 때 그때 비로소 입술을 열어 말해야 한다. 그때는 덕스럽고 복스러운 말만 나오리라.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