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8. 12. 15. 05:03

파국

 

무슨 일이니

 

오른쪽은 하늘을 향해 왼쪽은 바닥을 향해

꺾어져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앞을 향해 고꾸라지면 시간의 문은

뒤를 향해 열린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앞이 안 보인다

 

이 세상에서는 안 통하는 상식이 하나 있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사탄이 눈물샘에 타 놓은 독이다

 

무얼 하고 있어

 

하마터면 마실 뻔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은인은

파국을 몰고 다니는 미치광이다

 

지나가는 미치광이가 말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

 

귀를 다친 사람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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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