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달팽이 똥

장준식 2015. 1. 30. 03:56

달팽이 똥

ㅡ 달팽이 똥을 본 적이 없는 少年에게

 

한 십 년쯤 후에나 이야기를 나누자

강산이 한 번쯤은 변해야 너의 뒤통수가 간지러울 것이다

네 내장이 한 번쯤은 뒤집어져야

파란 하늘이 사실은 노오란 색이었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너는 바람이 훔쳐간 너의 영혼을 도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시간은 123456789101112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뒤틀린 만큼이나

굴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만 신신당부 하자

네 몸뚱이를

살살 꾀어내는 아지랑이에게 내어주지 말아라

한 십 년쯤 후에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식곤증처럼 나른한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쥐어짜낸

노오란꽃을 먹은

달팽이 똥 같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