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4. 11. 30. 06:08

낙엽

 

낙엽이 굴러다닌다.

굴러다니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다.

바람만 불어주면 된다.

낙엽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그냥' 분다.

그냥 부는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낙엽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낙엽은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에 몸을 맡길 뿐이다.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불면 구르고

바람이 안 불면 멈추어 선다.

낙엽은 그렇게 굴러다니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바람은 낙엽의 환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낙엽은 바람으로 환생하여

낙엽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은

저렇게도 서걱대는 것이었구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낙엽을 굴려대는 바람,

어떤 시절을 살던 낙엽이었을까.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분다.

서걱대는 것이 꼭,

에덴동산의 열매를

한 입,

베어먹을 때 나는 소리 같다.

,

아스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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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