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4. 11. 3. 15:58

날개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에서 한 남자가 외쳤다.

드넓은 툰드라 지역,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그곳의 혹독한 겨울을 피할 수 없어

온몸으로 그 혹독함을 이겨낸다.

처절하다.

그 처절함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 한 종의 동물만이 그 혹독함을 피한다.

바로 새.

다른 동물들은 짧은 다리로 드넓은 툰드라를 벗어날 수 없어

그곳에 적응해 산다.

그러나 새는 드넓은 툰드라 지역을 벗어나게 해 주는

날개를 가졌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날 수 있는 새만이 혹독한 겨울을

혹독하지 않게 벗어날 수 있다.

지루한 일상의 툰드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

날개를 달을지어다.

고단한 일상의 툰드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에 오를지어다.

날개가 돋아 오르는 자만이

탈출할 수 있으리라.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

날갯죽지가 간지러워,

난 지금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으로 간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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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