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4. 12. 27. 01:32

거울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녀석이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쩐지 나의 과거를 닮았다.

그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서

내 어린 시절이

듬성듬성 밀려온다.

어떤 것은 아련하고

어떤 것은 시리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노인네가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노인네들은

어쩐지 나의 미래를 닮았다.

그 노인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지의 저편에서

내 미래의 현실들이

헐레벌떡 차오른다.

어떤 것은 글썽대고

어떤 것은 후련하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와 두 녀석과 노인네들이

한 쪽을 향하여 공존하고 있다.

안부를 묻는다.

잘 있다.

잘 있다.

그리고,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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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