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6. 9. 14. 12:50

'나 자신'이 되는 일은 참 피곤한 일이다.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요즘 시대의 구호는 한 개인을 끊임 없는 자책과 자학으로 몰아 넣는다. 자책과 자학으로도 '나 자신'이 되지 않을 때, 한 개인은 결국 우울증에 걸릴 수 밖에 없다. 현대인의 지병, 우울증. 여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자책과 자학으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 외에 다른 적이 없는 현대인의 삶의 자리. 그래서 현대인은 늘 외롭고 피곤하다.

 

"피로는 폭력이다. 그것은 모든 공동체, 모든 공동의 삶, 모든 친밀함을,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이다."(피로사회, 67)

 

정말이지, 피곤해죽겠다.

 

이 피로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것은 '무위의 피로'이다. 여기에서 노자의 사상과 기독교(또는 유대교)의 안식일 사상이 엿보인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 '놀이의 시간', 결국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다움의 세상은 '사색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탈피로사회 또는 '오순절적 피로사회'이다. 이런 사회는 '그 무엇 때문'에 지치는 게 아니라, '그 무엇을 향해' 지치는 피로사회이다.

 

'나는 너때문에 지쳤어!'라는 말과 '나는 너를 향해 지쳐있어'라는 말의 뜻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에너지(영감)를 빼앗긴 상태이지만 후자는 에너지(영감)가 솟는 상태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피곤한가? 왜 피곤한가?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