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녀석이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쩐지 나의 과거를 닮았다.
그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서
내 어린 시절이
듬성듬성 밀려온다.
어떤 것은 아련하고
어떤 것은 시리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노인네가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노인네들은
어쩐지 나의 미래를 닮았다.
그 노인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지의 저편에서
내 미래의 현실들이
헐레벌떡 차오른다.
어떤 것은 글썽대고
어떤 것은 후련하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와 두 녀석과 노인네들이
한 쪽을 향하여 공존하고 있다.
안부를 묻는다.
잘 있다.
잘 있다.
그리고,
……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