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없는 자들의 세상

 

子曰, 非其鬼而祭之 ,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자왈, 비기귀이제지, 첨야. 견의불위, 무용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 [조상의]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고, 의로운 것을 보고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非其鬼而祭之비기귀이제지를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예수 믿는 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에게 예배하는 행위에 비견할 수 있다. 이런 자에 비견되는 것이 바로 의로운 것을 보고서도 행하지 않는 자이다. 공자는 이런 자를 일컬어 용기 없는 자라고 한다.

 

성경의 증언은 일관되다. 예수 그리스도를 의義라고 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일은 의로움을 자기의 것으로 삼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은 의와 대면하는 일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의에 죽고 의에 산다고 말 할 수 있다. ‘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를 행하다 불의한 세력에 의해 십자가에 달리셨다.

 

요한복음은 이것을 빛으로 바꾸어 설명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빛이다. 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런데, 이 세상은 어둠이기 때문에 그 빛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더러 그 빛을 싫어했다. 그래서 세상은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끌어다가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의로운 것을 보고 행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의로운 것이란 하나님 나라의 속성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를 보고(의로운 것) 그것을 전하고, 그것을 가르치고, 그것을 살았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 믿고 하나님 나라 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가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의로운 것을 보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신에게 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단행위이다. 그것은 믿는 자가 아니라, 용기 없는 자에 불과하다. 믿음은 결단이다. 절대적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중 한 명인 파울 틸리히는 이것을 존재에의 용기(the courage to be)’라고도 표현했다.

 

세상은 근본적으로 용기 없는 자들의 세상이다. 세상은 의로운 것을 보고도 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서슴없이 불의를 행한다. 오히려 불의를 행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다. 그래서 이 세상은 용기 없는 자들의 세상이다. 즉 비겁한 세상이다. 비겁한 자들이 잘 사는 세상이다. 용기 있는 자는 거지 꼴로 병신취급 받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의로운 일이다. 그러니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는 자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포장하는 일은 쉽지만, 실제로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로운 것을 보고도 행하지 않는 용기 없는 자들의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의로운 것을 보고 행할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용기가 있는가? 그런 용기를 지닌 자에게 성령의 도우심이 있기를! 아니, 그런 자만이 성령의 도우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리라. 의로운 것을 보고서도 행하지 않는 용기 없는 자는 세상에 속한 자요, 의로운 것을 보고서 행하는 용기 있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이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 그래서 난 요즘 예수 믿는 게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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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