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4. 7. 00:16

도마뱀의 탄식

 

이럴줄 알았으면 잠이나 더 잘 걸 그랬어.

겨울잠 자는 동안

추운지 몰랐고

세월 가는지 몰랐고

세상 변하는지 몰랐어.

그야말로 꿈 속에 살아서

한 숨 쉴 일 없어

팔랑팔랑 거렸어.

나를 깨운 건

지나가는 행인의

재채기였어.

어쩐지 나른했고

어쩐지 코가 간질거리더니

잠에서 깨어보니

아지랭이 춤추는

봄이 온거였어.

꽃내음을 따라

동그란 은신처를 빠져나와

첫발을 세상에 내디뎠는데,

글쎄,

이렇게 덫에 걸려버렸네.

나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

꿈이었으면 좋겠어.

아직 잠에서 깬 게 아니라면 좋겠어.

하늘은 저렇게 푸르고

햇살은 이리도 따스한데,

내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어.

인생 정말 일장춘몽이네.

나는 지금 덫에 걸린채

비닐봉지에 싸여 쓰레기통에 막 버려졌어.

이럴줄 알았으면 잠이나 더 잘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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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