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은 많이 무덥고 약간 습한 지역이라 곤충들 천국이다. 개미, 거미, 터마이트, (호넷, 범블비), 실버피쉬, 바퀴벌레 등 수 없이 많은 곤충들이 각자 좋아하는 처소에서 왕성한 번식력을 뽑내며 산다.

 

그 중 사람들에게 가장 혐오감을 주는 것은 단연 바퀴벌레다. 평소에 나를 별로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 집사람도 내가 바퀴벌레를 잡아줄 때는 멋있단다. 어느 아티클에서 보았는데, 바퀴벌레는 컨트롤만 할 수 있을 뿐 완전 박멸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인 바퀴벌레의 위엄이 담긴 보고다.

 

많이 무덥고 약간 습한 환경에서는 곤충 뿐만 아니라 그들의 포식자인 도마뱀도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도마뱀은 곤충들과는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더러 인간 생활에 특별한 위해를 가하지도 않는다.

 

우리 교회는 바퀴벌레가 득실될 수 있는 환경을 지녔다. 건물도 오래됐고, 주변엔 숲이고, 예비시간이나 모임이 없는 동안은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 사람의 손길이 많이 타지 않는 환경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 바퀴벌레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와 함께 동역하고 있는 도마뱀 때문이다. 교회를 처소 삼아 살고 있는 도마뱀은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움찔할 정도로 꽤나 크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 둘이 나누는 겸연적은 인사이다. 도마뱀도 나를 신경 안 쓰고, 나도 도마뱀을 신경 안 쓴다.

 

사실, 덫을 놓아 도마뱀을 잡을 수도 있으나, 나는 몇 년 전부터 도마뱀을 그냥 살려두기로 작정했다. 왜냐하면, 도마뱀 덕분에 교회에 바퀴벌레가 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마뱀은 사람들 앞에 자기의 존재를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기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

 

사람이나 미물이나 쓸모가 있으면 살아남는 법인 것 같다. 만약 도마뱀이 바퀴벌레를 잡는 데 쓸모가 없었다면 이미 도마뱀은 제거당했을 것이다. 도마뱀은 사람들에게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조용히 그 일을 잘 감당하고 있다.

 

도마뱀은 나의 신실한 동역자이다. 만약 도마뱀이 자기의 일을 잘 감당하지 못했다면, 나는 바퀴벌레를 잡느라 노동력을 써야했을 것이고, 교회의 예산을 거기에 썼을 것이다. 그러나, 도마뱀 덕분에 나는 나의 사역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자기의 일을 묵묵히 잘 감당하고 있는 도마뱀에게 올 연말 '집사 직분'을 내릴까 한다. 그는 그냥 도마뱀이 아니라, 도마뱀 집사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