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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27 거울 1
  2. 2014.12.14 작은 여우 4
시(詩)2014. 12. 27. 01:32

거울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녀석이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쩐지 나의 과거를 닮았다.

그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서

내 어린 시절이

듬성듬성 밀려온다.

어떤 것은 아련하고

어떤 것은 시리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노인네가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노인네들은

어쩐지 나의 미래를 닮았다.

그 노인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지의 저편에서

내 미래의 현실들이

헐레벌떡 차오른다.

어떤 것은 글썽대고

어떤 것은 후련하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와 두 녀석과 노인네들이

한 쪽을 향하여 공존하고 있다.

안부를 묻는다.

잘 있다.

잘 있다.

그리고,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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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4. 12. 14. 08:05

작은 여우

 

작은 여우 한 마리가 길바닥에 죽어 누워 있다.

건너기 어려운 길도 아닌데

여우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은 것 같다.

 

건너기 어려운 길도 아닌데

여우가 죽어 누워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여우의 책임이다.

 

이것은 사악한 진술이다.

 

어쩌면 여우는 시력장애를 앓았을지 모른다.

눈이 어두워 달려 오는 차를 못 봤을 가능성이 있다.

 

여우는 정신적 장애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심해서 자기도 모르게

자살충동이 일어나

달리는 차 바퀴로 뛰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우는 잠시 정신이 다른데 팔렸을지 모른다.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거 신경 쓰느라

잠시 정신이 딴 데 가 있어서

달려오는 차가 안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것을 여우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보다

더 사악하고 슬픈 건,

며칠이 지났는데도

차가운 땅 바닥에 죽어 누운 작은 여우를

아무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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