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5. 12. 8. 06:06

머리카락

 

내가 읽은 책들은 당신이 살아온 날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자꾸 책만 읽어요. 그래서 그런지 내 머리카락은 자꾸 뜬 구름을 닮아가요.

우울한 날이면 나는 휘파람을 불죠. 그렇게 나는 가까스로 우울을 피해가요.

그런데 당신을 보니 나와는 달리 우울한 날에 휘파람을 불지 않네요.

나는 힐끗 보았죠. 당신이 눈물을 훔쳐내는 것을. 그리고 이내 웃는 것을. 나는 그날 하늘의 뜬 구름이 당신의 머리카락에 물드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당신의 머리카락은 내 머리카락보다 슬프고 강해요.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나는 자꾸 책만 읽어요. 내 머리카락이 자꾸 나쁘게 변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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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