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1. 27. 02:38

야로밀의 질문

 

  야로밀이 물었다.

"네 안에는 어떤 세계가 있니?"

.

.......

.

"네 안의 세계"

.

나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묻는 사람은 있었어도 내 안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

   야로밀이 말했다.

"너는 불쌍한 아이로구나."

.

한 번도 나는 나를 불쌍하다고 여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나는 내 안에 어떤 세계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안에 있는 세계 대한 목마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

"네 바깥 세상은 네 안에 있는 세계에 비하면 누추하고 재미없단다. 네가 만약 네 안에 있는 세계를 발견하고 나면 이 바깥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거란다. 네 안에 있는 세계 이외의 세계는 모두 신기루란다."

  야로밀이 말했다.

.

내 안의 세계, 불쌍한 아이, 신기루.. 알 수 없는 말들..

내 안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목마르다.

  "너는?"

.

시간이 흘렀다.

내 안의 세계에 대한 목마름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거울에 비친 내 눈은 목마른 눈빛이 아니라

여전히 바깥 세상에서 그러던 것처럼

내 안의 세계를 염탐질만 하고 있었다.

.

삶은 아득하고,

  탐욕은 끝이 없다.

     삶은 이렇게 신기루로 끝나는 것인가.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의 미학  (0) 2016.01.28
슬픈 사랑  (0) 2016.01.28
엄마의 자궁  (0) 2016.01.23
머리카락  (0) 2015.12.08
지구가 반대편으로 돈다면  (0) 2015.12.05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