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1. 29. 06:08

생선 아줌마

 

두 시간에 한 번씩 시내버스 드나들던 시절

생선 아줌마 머리에 생선 이고

생선 팔러 오시면

엄마는 늘 생선 아줌마에게서 생선을 샀다

 

새마을 운동이다 산업화다 해서

도시가 개발되고 대중교통이 발달되고 나니

생선 아줌마는 더 이상 머리에 생선을 이고 다니지 않고

아예 말죽거리 한 구석에 노점상을 차리셨다

 

시내버스 타고 말죽거리로 시장 보러 다니신 엄마는

다른 것은 몰라도 생선은 꼭 그 아줌마에게서 샀다

생선 아줌마가 내다파는 생선이 물 좋다고 하시며

 

그러기를 20여 년

어느새 생선 아줌마도 늙고 우리 엄마도 늙고

어느 날 생선 사러 갔던 엄마는

생선 아줌마 아들이 장가 간다는 청첩장을 들고 오셨다

생선 팔아 두 아들 대학까지 보내시고

이제 아들이 결혼까지 한단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생선 아줌마에게 받은 청첩장을 들고

엄마는 곱게 차려 입고 결혼식장에 다녀오셨다

그간 물 좋은 생선으로 비린내 나게 맺어진 우정인양

두둑하게 부조扶助하고 오셨단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 아닌 것을 보면

엄마를 닮은 게 분명하다

 

생선 아줌마의 허리도

고등어처럼 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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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