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을 잃은 목사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재밌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은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와 그녀의 오라비 레어티즈의 대화 중에 나오는 문장이다. 레어티즈는 프랑스로 떠나기 전 누이 오필리아에게 처녀로서 몸 조심 할 것에 대하여 멋진 교훈을 준다. 오라비의 교훈을 들은 오필리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훌륭한 교훈의 골자를 제 마음의 파수꾼 삼을게요. 그러나 오라버님, 은총을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세요.” (햄릿, 33, 민음사)

 

뜨끔한 문장이다. 오필리아의 문장에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환락의 꽃길이 대조되고 있다. 은총을 잃은 목사들은 설교단에서 청중에게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에 대하여 설교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 길을 걷지 않고 환락의 꽃길을 걷는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은총을 잃은 목사라는 구절이 마음에 꽂힌다. 누구나 목사가 될 수 있지만, ‘은총을 잃지 않은목사로 남아 있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 하나님이 부르신 은총을 간직한 목사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을 설교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보면, 이 세상에는 온통 은총을 일은 목사들천지인 것 같다. 무엇 때문에, , 그들은 은총을 잃어버렸을까? 무엇보다 은총을 잃어버리는 일만큼 끔찍한 일이 목사에게 어디에 있을까? 목사가 무릇 지켜내야 할 것은 교회 건물도 아니요 명예도 아니요 자존심도 아닌, 은총이다. 은총은 잃은 목사는 환락의 꽃길을 걷게 된다. 꽃길을 걸어 좋지만, 결국 그 끝에는 천국이 없다는 것, 그것은 슬픈 일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