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과 기독교

 

10 31, 시월의 마지막 밤, 학창시절 이 날은 대개 문학의 밤을 했다. (물론 반드시 10 31일은 아니었으나, 그 즈음, 토요일이었다.)

 

10 31일은 만성절(All Saints Day) 전야제가 있는 날이다. 이 풍습은 캘트 족이 지키던 할로윈을 통해 발전된 기독교의 축제일이다. '할로윈(Halloween)'이라는 말 자체가 '만성절 이브'라는 의미이다. (켈트어로 Hallow는 성인(Saints)이고 여기에 'eve' 붙어 'Halloween'이 된 것이다.)

 

할로윈에는 원래부터 귀신 숭배의 개념이 없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산자와 죽은 자의 교통(communication)을 말하는 신학이 있는데, 그러한 신학과 캘트 족이 지키던 샴하인(samhain)의 개념이 맞아 이것이 기독교화(할로윈)된 것이다.

 

할로윈 문화가 발달된 미국에서는 할로윈 데이에 교회에서 따로 모여 '할렐루야 데이' 'Saint Night' 같은 행사를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할로윈 파티를 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 같다.)

 

교회에서 할로윈 데이에 따로 모여 교회 행사를 치르는 목적은 세상의 할로윈 파티가에 귀신 분장을 하고 귀신을 숭배하는 요소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원래 할로윈을 기독교의 축제일로 만든 취지를 잘못 알아서 일뿐만 아니라, 더 이상 할로윈에 '영적인'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본주의 문화의 배경을 숙고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다.

 

할로윈이 미국 사회에서 번성한 이유,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번성하는 이유는 순전히 '시장' 때문이다. 미국에서 할로윈 데이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 효과는 10조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대목이다. 할로윈 데이가 번성하면 번성할수록 좋은 것은 시장이지, 귀신이 아니다.

 

현대 교회가 싸워할 대상은 할로윈 데이의 귀신이 아니라, ''이 중심이 되어버린 물신숭배이다. 세상에서 할로윈을 즐기는 것이 '귀신을 숭배하는 행위'라는 입장에서 교회의 행사를 따로 마련하는 교회는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교회의 행사는 불순한 영과의 싸움보다 '(시장자본주의)'과의 싸움을 지향해야 한다.

 

할로윈에 하는 교회의 행사는 세상에서 하는 할로윈 파티의 다른 버전에 불과하지, 이 세상에 대한 저항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시장과 자본에 뿌리까지 물든 세상, 그리고 은근슬쩍 그 풍경에 자기를 밀어 넣은 교회가 그것에 얼마큼이나 저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럴바에야, 교회에서 따로 행사를 갖기 보다, 할로윈 축제에 기괴한 분장을 한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그 날이 만성절(All Saints Day)의 전야제인만큼, 기독교인은 기독교 역사의 기념할만한 성인(Saints)으로 분장하여 세상 속으로 들어가 '기독교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어떨런지.

 

그러한 시도는 시월의 마지막 밤에 교회 공간에서 하던 문학의 밤을 더 넓은 공간인 '세상'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선교 활동이 될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공상일까?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