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nothing)로 놓기

 

나이 들어가며 맛있는 게 없다. 음식 자체가 맛있는 음식은 없고, 그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최고로 맛있다. 그래서 요즘엔 무엇이든지 맛있게 먹으려고 먼저 속을 비운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기쁘고 즐겁고 감사할 때는 기대를 전혀 안 했는데 뜻밖의 무엇인가가 주어졌을 때이다. 특히, 사람에게 상처 받지 않고, 그 사람으로 인해 기쁘고 감사하려면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태로 나의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인생에서는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원래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원래 벌거벗고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물건이든, 기억이든, 사랑이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

 

모든 것을 제로(nothing)로 놓기, 이것은 인생의 가장 뛰어난 기술(art)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