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詩論)2021. 3. 17. 14:09

[시론] 강성은의 시 ‘어떤 나라’

 

어떤 나라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날마다 조종(弔鐘)이 울렸다

(강성은의 시 ‘어떤 나라’ 부분,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에 수록)

 

시인이 펼쳐 놓는 ‘어떤 나라’는 마치 마르크 폴로의 여행기 같다. 시 속에 펼쳐진 여섯 나라의 풍경은 모두 각자의 특색을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상하다, 이해가 안된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슬프다. 시인이 경험한 첫 번째 나라는 ‘청바지 입는 것이 금지된 나라’다. 거기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청바지를 밀수입하면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바지를 입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막지 못하는 듯, “집집마다 옷장 깊은 곳에 청바지”가 숨겨져 있다. 두 번째 나라는 ‘부모가 늙으면 산에 버려야 하는 나라’다. 아들은 늙은 부모를 버리러 산에 올라간다. 아들은 부모를 버리러 가며 ‘새처럼 운다.’ 그러나,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릴 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몸에 밴 늙은 냄새는 버릴 수 없었다.

 

세 번째 나라는 ‘음악 연주가 금지된 나라’다. 음악 연주가 금지되어 있는 까닭에 연주자들은 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아니스트는 타이피스트로, 드러머는 대장장이로, 가수는 약장수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러나 음악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네 번째 나라는 ‘영토의 시작과 끝을 몰라 지도 제작이 불가능한 나라’다. 지도 제작이 불가능한 나라에 사는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처럼 혼란스러웠을까, 아니면 자유로웠을까.

 

다섯 번째 나라는 ‘죽는 것이 금지된 나라’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것도 있었는데, ‘꿈 꾸는 것’과 ‘오래 잠을 자는 것’이다. 죽는 것이 금지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살다가 지루해지면 죽는 대신 오랜 잠에 빠져 그 안에서 꿈을 꾸면 되니까. 그러나 어쩐지, 이런 나라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주연한 <매트릭스> 영화에 등장하는, 프로그래밍 된 나라 같아서 끔찍하다. 여섯 번째 나라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날마다 조종이 울리는 나라’다. 아무도 살지는 않지만 조종이 울린다는 것은 이전에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그곳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으며, 사라져버린 그 사람들을 위한 조종이 울릴 뿐이다.

 

이런 상상을 한 번 해보자. 여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시인에 의해 소개된 여섯 나라가 있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가. 아마도 우리는 우선 자신의 이해와 상충되지 않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평소 청바지를 입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은 청바지 입는 것이 금지된 나라를 택할 것이고, 음악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금지된 나라를 택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현재의 삶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가령,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는 사람은 대신 깊은 잠을 허용하는 나라에게 가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두 ‘어떤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나라는 시인이 제시한 여섯 개의 나라와 모습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방문한다면, 시인은 내가 사는 나라에서 무엇을 경험하며 신기해 할까? 나는 또 이런 상상을 해본다. 몇 세대가 지난 후, 어떤 시인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하여 시를 쓴다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어떤 문장으로 표현될까? 이런 문장이 아닐까? “어떤 나라에서는 인간들끼리 사랑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사랑을 나누다 발각되면 십자가에 처형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돈을 사랑하는 것과 돈을 위해 살인하는 것은 허용되었다.”

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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