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을 읽고

 

악의 이상야릇한 모습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자유, 타자와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관심을 돌리고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것을 바꿔 서로의 자유를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사회를 사는 의미가 아닐까요.”(175).

 

악은 왜 존재하고, 악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그 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적인 악을 파헤치고, 그 시스템적인 악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악은 텅 빈 마음에 깃든 병이다. 악은 관계를 결여한 병이다. 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외, 타자에 대한 소외, 이 세상에 대한 소외에서 발생한다. 악은 자신을 세상의 일부로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아와 세계 사이에 팬 골 사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악은 죽음과 파괴의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문학과 철학과 성경(신학)을 동원한다. 다양한 악의 실체를 밝힌 후,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세상의 일부로 느낄 수 있을까? 이 세상은 과연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나는 사랑할 만한 존재인가?

 

우리는 변화시키는 것은 세계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세계가 아무리 악하다 할지라도 세계와 자기 자신을 선하다 여길 수 있는 능력, 즉 사랑의 능력이다. 사랑의 능력은 책임(responsibility = response + ability)’을 불러오는데, 책임이란 타자에게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타자가 요청하면 거기에 응답하는 것, 세상과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악과 타락을 대면하고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사랑의 능력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통찰력은 악의 극복을 위해서 혁명이나 사회 변혁 같은 거대담론보다 세간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에게서 얻은 것인데, 악을 극복할 수 있는 도덕은 세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엉망진창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이는 세간의 세부에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 지루하고 진부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신뢰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나를 뛰어 넘는 어떤 존재와 이어져 있다는 소망 안에서 악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의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악은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 이 세계와의 단절의 골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교회는 자기 자신 안에 생긴 골, 타인과의 관계에서 패인 골, 그리고 이 세상과의 사이에서 생긴 골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과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시켜 주고, 사랑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하여 책임감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한 마디로, 교회는 사람들의 마음(존재) 안에 사랑의 능력을 태동시키고 성장시켜, 자기 자신과 이 세상에 대하여 책임 있는 존재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는 세간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