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오디세이 II2012. 5. 2. 23:28

탄식: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성령을 연결시키는 고리

( 8:26-28)

 

성령님이 우리를 도우신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라는 진술을 들으면 기분 나빠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만사형통이라고 부르는 원리가 여기에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만사형통하게 된다는데, 이 말씀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주어진 로마서의 말씀은 그렇게 단순한 논리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탄식이라는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도 바울은 이 말씀 이전에 줄기차게 인간의 탄식과 피조물의 탄식에 대해서 설명했다. 죄와 율법의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 인간의 처한 상황이나 피조물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절망할 것도 없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의 법이 우리를 죄의 법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도우시기 때문에 두려워할 것 없다.

 

탄식은 현재의 고난과 미래의 소망이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내포한 행위를 가리킨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죄의 법과 성령의 법 사이에 놓여져 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성령의 법이 우리의 삶 가운데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적인 삶은 여전히 죄의 법 아래 놓여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늘 긴장감 가운데 있다. 우리의 현실은 죄의 법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고난 당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의 미래는 성령의 법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뻐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처지에서 드리는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기본적으로 탄식의 기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기도할 때는 아프지만 기도가 끝나면 기쁨이 몰려오는 것이다. 우리가 드리는 탄식의 기도에는 현재의 고난과 미래의 소망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본문에서 아주 힘이 되는 성령의 사역을 말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피조물이 탄식할 때 성령께서도 탄식으로 모든 피조물과 연대(solidarity)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령의 탄식은 피조물의 탄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성령의 탄식은 인간(그리스도인)이나 피조물의 경우와는 달리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피조물의 연약함을 도우시는 중보기도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 피조물의 연약함은 무엇인가? 우리의 연약함은 당면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할 수 없는 무지함으로 나타난다. 사도 바울이 말하기를, 이 상황에서 성령은 말없는 탄식(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도와주신다고 한다. ‘말없는 탄식이란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도우신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성령의 일을 우리가 감지할 수는 없다. 성령은 우리가 흔히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영이 아니라, 무한히 자유로우신 하나님의 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영이라는 뜻은 성령이 곧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을 성령 하나님이라고 고백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의 중보기도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성령의 생각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살피신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내주하시는 성령과 마음을 살피시는 하나님이 일치한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입술에, 우리의 어깨에, 우리의 머리 위에, 우리의 발등에 앉아 계신 분이 아니라, “내주하시는 성령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입술을, 우리의 어깨를, 우리의 머리를, 우리의 발등을 살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살피시는 분이다. 우리는 기도할 때 입술로 또는 어깨와 머리와 몸을 흔들며 격하게 기도할 수 있다. 거기에 경건함과 간절함이 실려 있는 것처럼 꾸며 기도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은 전혀 경건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기도를 외식하는 기도라고 한다. 이런 기도는 성령께서 전혀 말 없는 탄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 기도가 아니다.

 

우리는 오해한다. ‘말 없는 탄식으로 도와주시는 성령께서 우리가 대충대충 기도해도 알아서 도와주실 거라고. 당신의 뜻대로 부름 받은 사람은 대충대충해도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거라고. 그러나 이것은 큰 오해다. 기도할 때, 이 마음 속에 성령의 탄식과 통하는참된 탄식이 없다면 성령께서는 말 없는 탄식으로 우리와 연대하실 수 없다.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참으로 현재 받는 고난에서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가! 또한 그 구원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해 이미 성취되었다는 것을 믿고 있는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이란 이 마음 속에 참된 탄식이 있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현재의 고난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이 고난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는 그 마음이 창자가 끊어질 듯 하다. 또한 고난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바라보면서 이미 구원 받은 것으로 믿고 감사하며 기뻐한다. 피조물은탄식한다. 고로, 존재한다(구원받는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