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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7. 10. 14. 06:25

욕망

 

동생의 이름을 불러본다

허공은 너무 좁아

벽장 속에서 불러본다

어머니가 부엌문을 열고 어디론가 급히 가신다

장독대 한 켠에 숨겨 있던 한숨이

어머니가 머물던 자리를 메꾼다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 보지만

쓰다듬어지는 건 오히려 내 손등이다

오늘은 별이 바닥에 떴다

그래서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봤다

돌부리에 걸린 별 하나가

나뒹굴어 다닌다

집어 하늘로 던져보지만

허공에 박히지 못한 별은

슬프게 하강한다

동생은 지금 어느 하늘 어느 땅을 지나고 있을까

그것을 궁금해 하고 있는 찰나,

나는 깨닫는다

나에겐 동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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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7. 10. 14. 06:24

녹차

 

뜨거운 물이 우려낸

찻잎의 푸른 눈물,

나는 뜨거운 목으로

그것을 받아, 마시며

헝클어진 감각을 추스른다

촘촘해진 눈은

공기에 스민 추악을 걸러내고

상쾌해진 코는

바람에 밴 광기를 밀어낸다

내가 만지고 싶은 것은

구름처럼 허물한 살갗이 아니라

파도같이 억척한 슬픔이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연기는

승화되는 찻잎의 푸른 눈물이다

거기에 얼굴을 갖다 대면

비로소 세상의 눈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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